[ET단상]벤처기업의 혁신 동력, AX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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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완 AX브릿지위원회 위원장(메가존클라우드 대표)

지난 5월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하나 내놓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뉴스를 주제로 미국과 일본 등 6개 국가에서 진행한 조사인데, 챗GPT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대체로 50%를 넘은 것이다. 또 업무나 학업 등에 챗GPT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평균 21%였다. 정리해보자면 두 명 중 한 명은 챗GPT를 알고 있고, 다섯 명 중 한 명은 이를 활용해본 셈이다. 생성형 AI 대표주자인 챗GPT가 고작해야 2022년 11월에 출시됐음을 감안한다면 실로 놀라운 속도다.

물론 비즈니스 영역은 작금의 화두인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AI 가능성을 알아보았고, 기업 성장 동력 중 하나로 포섭하기 위해 노력했다. 향상되는 컴퓨팅 성능과 쌓여가는 데이터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IBM 글로벌 AI 도입 지수(2023년 기준)'에 따르면 글로벌 평균 약 42% 기업, 국내 기준 약 40%의 기업이 이미 비즈니스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생성형 AI 등장으로 이런 흐름이 가속화됐다. 금융·제조·물류·헬스케어·엔터테인먼트 등 거의 모든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고, 기업 의사결정권자들은 생성형 AI가 비즈니스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이라 간주하기 시작했다. 이제 AI 없이는 비즈니스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AI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은 지금, AI가 비즈니스 경쟁 우위 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하려면 AI를 단순한 도구로 여겨서는 안 된다. AI 활용이 기업의 주요 전략이자 운영 방식 중 하나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기업이 산업 체질을 변화시키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AI 트랜스포메이션(AI 전환), 즉 AX가 기업 시대정신으로 호명되는 이유다.

하지만 AI를 통해 제시되는 가능성과 경쟁력에 비해, 그리고 AI를 향한 열망보다 현실은 아직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실제 AI 도입과 활용에 관해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내는 기업들 못지않게 이를 망설이거나 검토 중인 기업들도 존재한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IBM 글로벌 AI 도입 지수'를 보면 글로벌 평균 40% 기업, 국내 기준 48% 기업이 AI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내외 모두 'AI 스킬 및 전문성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특히 국내의 경우 인력 외에도 도구나 플랫폼 부족 등 문제로 고민하는 등 해외보다 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벤처기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초 벤처기업협회가 국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AI 도입 애로사항으로 '기술 전문 인력 부재'가 압도적인 1위(71.4%)를 차지했고, '초기 투입 비용 과다'(68.1%), '관련 전문 정보 부족'(54.9%)이 그 뒤를 이었다. AX 추진 계획·의사가 없는 이유로 자금과 여력 부족을 들었고, 실제 응답자 절반 이상이 비용 문제로 AI 도입을 보류하고 있다고도 한다. 벤처기업 특성상 기술을 통한 혁신이 동력이어야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오히려 기술이 혁신의 장애물로 작용할 우려마저 든다.

문제는 각 기업 자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벤처기업 AI 기술을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이고 비즈니스 전반에 적용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AX 활용 사례를 적극 발굴하고 인력과 자금 문제를 돕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럴 수 있으려면 기업과 정부, 관련기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AX브릿지위원회(벤처기업협회 산하)가 출범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리 벤처기업들은 변화의 시대가 찾아올 때마다 도전과 혁신을 통해 성장을 일궈왔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변화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혁신의 모멘텀을 놓치지 않고 더 큰 도약과 성장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주완 벤처기업협회 AX브릿지위원회 위원장·메가존클라우드 대표 maxlee@megazo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