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고령층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소통하는 '아날로그 응대'를 강화한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달 말부터 고령 고객이 전화 상담시 AI 혹은 상담원 연결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역시 이달 들어 '어르신 전용전화'를 재공지 하는 등 관련 서비스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AI상담봇 연결을 제외하고 6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처음부터 전문상담사를 연결하는 전용 전화 서비스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령층 고객이 전화 상담에서 인간 상담원을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할 예정”이라면서 “인공지능(AI)이나 자동응답(ARS)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 고객 애로((隘路)를 해소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최근 대면 영업점을 줄이는 등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곳 시중은행 영업점 수는 △2021년 상반기 3257개에서 2021년 말 3079개로 △2022년 상반기 2943개에서 2022년 말 2883개로 △2023년 상반기 말 2818개로 줄었다. 올해에도 상반기 말 기준 2817곳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9개가 사라졌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역시 감소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6년간 철수한 ATM은 총 1만4426개로 집계됐다. 2018년 2102개를 시작으로 2020년 2770개, 2022년 2424개 등 매년 2000여개 ATM이 폐쇄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660개가 없어졌다.
다만, 디지털화 과정에서 고령층 소외 문제는 계속 지적되어 왔다. 대면 창구와 채널이 제한되며, 디지털에 익숙치 않은 시니어 고객 불편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권은 디지털화와 동시에, 직접 전화 연결 같은 시니어 전용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시니어 특화 점포 신설이 대표적이다.
하나은행은 '시니어 특화점포'를 올 2월 신설했다. 중·장년층이 주로 거래하는 업무들을 고려해 △큰 글씨 안내, 난청 어르신 글 상담 서비스, 쉬운 말 ATM 등 시니어 맞춤 디지털 기기 도입 △단순 업무 처리를 위한 스마트 키오스크 설치 및 사용지원 전담 매니저를 배치했다.
신한은행 역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에 시니어 전용 지점과 이동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층이 인지하기 쉽도록 바닥에 색깔 유도선을 설치하고, ATM기 메뉴 글자를 키우고 용어를 단순하게 설정했으며 안내 음성 속도를 70%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게 꾸몄다.
KB국민은행은 고령층 특화 점포인 'KB 시니어 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대형 밴으로 복지관 등을 방문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 점포다. 전담직원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현금 및 수표 입출금, 통장 재발행, 연금수령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