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본질은 재무관리 실패” 전문가들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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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티메프 - 위메프·티몬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렸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왼쪽)와 류광진 티몬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전문가들이 티메프 사태는 재무관리 실패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유동성 관리와 기업가치 간의 적절한 균형을 추구하는 재무관리적 시각이 중요하며, 국내 플랫폼에 대한 역차별적인 조세와 규제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재무관리학회가 19일 서울대 경영대학과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티메프 사태에 대해 이 같이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재무관리 실패 사례로서의 티메프와 정책적 시사점'을 주제로 티메프 사태를 통해서 유통에서 재무 관리 문제와 정책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티메프기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자금 동원으로 유동성 위기를 자초했고, 과도한 할인 정책으로 재정 악화를 가속화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더해져 문제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지윤 연세대 교수는 이번 티메프 사태를 분석하며 “유동성 관리 실패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유동성 관리 실패로 인한 재무적 곤경 비용은 상당하며, 경영진(주주)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채무의 대리인 문제로 이 비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금 보유에는 비용이 수반된다”면서 유동성 관리와 기업가치 간의 적절한 균형을 강조했다. 특히 티메프 사태는 재무관리 실패로 인한 위기이므로 관련 규제 마련에 있어서도 재무관리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문제나 도덕적 해이가 염려되지 않는 기업에까지 규제를 확대하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 또한 티메프 사태의 본질을 경영진의 무리한 확장과 잘못된 재무관리로 규정하며, 이번 사태를 핑계로 플랫폼 규제를 앞세우는 정부기관은 정작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실수를 전가시키는 것이라 꼬집었다.

유 교수는 “해외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성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2년간 온라인 플랫폼의 매출 손실이 약 54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하며, 티메프 사태의 근본 원인은 알테쉬 등 해외 거대 유통플랫폼의 국내 진출 등으로 심화된 국내 온라인 상거래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플랫폼 기업의 도덕성 문제 못지않게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경쟁 환경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코로나19 이전 분기 약 2조원에 이르던 국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해외 구매가 코로나19 이후 5000억원 대 미만으로 급감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특히, 일괄적인 지급대금 관련 규제는 금융기관 규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면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지속적인 실험을 하는 플랫폼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된 규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규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자본잠식에 빠진 좀비 플랫폼 위메프가 상품권 할인 판매를 통해 판매 영업을 확대하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뒤, 판매된 상품권의 소비자 전달 시기를 늦춰 자금 돌려막기를 시도한 정황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금융 플랫폼 기업의 폰지 사기 가능성에 대한 규제 당국의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플랫폼만이 희생양이 되는 악법이 제정되면 이미 조세와 규제에서 차별적인 이점을 누리고 있는 해외 플랫폼의 국내 시장 잠식이 가속화되어 유사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강형구 재무관리학회장은 이번 사태를 “해외 플랫폼의 국내 유통 장악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그는 알테쉬 등 해외 기업의 등장으로 급변하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환경에서 이번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학회장은 “재무관리 이슈는 재무관리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내 플랫폼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가 국내 유통 플랫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 알테쉬로 인한 국내 유통 생태계 교란이 이번 사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며 해외 플랫폼에 의하여 국내 유통생태계가 잠식되는 경우 재무관리를 넘어선 더 큰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