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환갑 넘은 도로교통법,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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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1961년은 유리 가가린이 최초로 우주에 발을 디딘 해이자 독일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해다. 또 대한민국의 도로교통법이 제정된 해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63년이 지난 2024년, 민간인도 우주에 가는 시대가 됐고 독일의 통일로 베를린 장벽은 무너진지 35년이 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1961년 등록 자동차 대수는 2만9000대, 2023년은 2595만대로 무려 894배가 넘을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또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수단(PM)도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로교통법은 여전히 1961년에 머물러 있다.

환갑이 넘은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은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쳤지만 그 토대는 주된 교통수단인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됐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도로교통법상 보행자는 골목길에서도 길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야 했다. 여전히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차량의 눈치를 보며 길을 건너는 것이 당연하다. 법에서 이미 자동차 중심 도로 체계를 암시했으니 운전자 중심의 문화가 된 것도 이상할 노릇이 아닌 것이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에 가면 놀라는 일 중에 하나가 사람만 보이면 무조건 정차하는 문화다. 운전자 중심의 한국과는 반대로 보행자가 우선인 것이다.

또 도로교통법은 자동차 외의 수단을 수용하는데 보수적이다. 일례로 개인형이동수단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도로로 달려야 하지만 최고 속도는 25km/h로, 주행 중 자동차와 속도 차이로 인해 자동차 운전자, 킥보드 운전자, 보행자까지 불편과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다행히 도로교통법은 보행자를 위한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다. 2022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보행자 통행 우선권 부여, 우회전 일시정지, 보행자우선도로 도입 등 보행자 중심 교통안전 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교통수단을 위한 개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개인형 이동수단의 개념 정의부터가 명확하지 않아 여러 논란이 되기도 한다.

반면 요즘 MZ세대는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같은 개인형이동수단을 주된 이동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data.ai에 따르면 한국에서 2023년 상반기 기준 상위 8개 개인형이동수단 앱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약 1868만건으로, 전년 동기(1371만 건) 대비 약 36% 이상 증가, 교통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2035년 개인형이동수단의 전 세계 수송 분담률은 2022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하는 동시에 자가용의 수송 분담률은 35%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 어젠다가 지자체 교통분야까지 영향을 미치며, 지자체 교통 담당자들이 탄소배출 저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공유형 서비스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수단을 활성화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도로교통법은 아쉽지만 여전히 과거지향적인 모습이다. 도로교통의 현실은 발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반해 법체계는 노후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63년을 맞은 도로교통법이 미래 교통의 빠른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뒤쳐질 것인지, 신속한 제도개선을 통해 모든 세대의 교통수요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박상혁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shp20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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