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과는 다르다…중동 전운 고조에 정유업계 긴장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변하고 있다. 전운이 고조되면 국제유가가 다시금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으로 큰 이익을 봤지만 정유업계는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 긴장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79.76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6.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 뒤 급등했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내년 원유 재고 증가 예측으로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주 70달러 초반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전운이 고조될 경우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중동 지역 불확실성이 짙어지자 일단 정유업계의 수혜에 시선이 쏠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정유업계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오히려 긴장하는 모습이다. 현 상황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강도높게 제재했고 러시아산 석유 수출이 막히며 수급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여서 여행 수요가 높았고 산업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되던 때다. 공급이 줄었는데 수요는 늘며 국제유가 상승폭이 크고 기간도 길었다. 즉, 국제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석유제품 수요도 높아져 정유업계의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반면 현재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석유제품 수요도 둔화된 상태다. 높은 가격에 원유를 구매했지만 석유제품 판매가 뒷받침이 되지 않고 원자재 가격을 상품에 녹일 수 없어 정유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정제마진도 다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운영비, 운송비 등을 뺀 가격으로 정유사 수익의 지표다. 정제마진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때 오르게 된다. 현재는 국제유가와 제품 수요가 엇박자를 내며 정제마진이 정체에 있다. 2분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3.5달러로 손익분기점인 4~5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지 얼마 되지 않아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전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오르는 것은 정유업계에 좋은 않은 영향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