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락의 디지털 소통] 〈13〉고객과의 관계형성, 일관성 있는 진심의 소통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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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

모 백화점 직원은 입사 때부터 최고 임원이 된 지금까지 매장 입구에 들어설 때면 누가 보든 안 보든 매장을 향해 인사를 하고 주변에 떨어진 이물질을 줍는 습관이 있다. 이유는 고객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마주하고, 청결한 매장으로 모시겠다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결정의 순간을 뜻하는 MOT(Moment Of Truth)라는 용어가 있다. 고객이 브랜드를 만나는 순간도 MOT다. 고객이 브랜드 디자인을 보았을 때, 매장 입구에 들어설 때, 상품을 구매 시 점원과 마주할 때, 은행창구에서 대기할 때, 주차장에서 나올 때, 콜센터 안내원에게 문의할 때. 그 순간은 몇 초가 될 수도 있고, 몇 분이 될 수도 있다. '만남의 순간, 제품과 서비스에 노출되는 순간, 메시지가 전해지는 순간'이다. 오프라인에서는 고객이 어떤 특정한 '접점'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한다. 기업(관)은 브랜드와 고객이 만나는 접점에서 고객들의 관심을 이끌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는 고객접점으로 채널 자체가 MOT다. 수많은 고객들이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X),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 올라와 있는 콘텐츠를 마주하는 순간, 그리고 우리 브랜드 이야기가 사용자와 만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 MOT다.

기업(관)이 소셜미디어를 등한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지금도 기업(관)의 수많은 브랜드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고객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언제, 어디서나 만나고 있다. 고객들이 모여 있는 소셜미디어가 얼마나 제품(정책)을 홍보하고 마케팅하기 좋은 도구인지 다시한번 상기해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성에 적합한 기본적인 소통방식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 주장만이 아닌, 듣고 말하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해 무엇보다 관계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과 마주하는 디지털 공간이 깔끔하게 정리가 돼 있는지, 고객의 니즈에 맞는 콘텐츠로 구성돼 있는 지, 고객 참여 프로그램은 마련돼 있는 지, 고객에게 유익한 정보는 제공하고 있는 지, 고객의 댓글과 궁금한 사항에 성실하게 응답하고 있는 지, 채널만 형식적으로 열어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점검해 봐야 한다. 고객은 참여하고, 나누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개인화 된 디지털 소통공간이 경직되면 고객 시선은 머물지 않는다.

특히 디지털 공간에서 홍보나 마케팅을 너무 조급하게 하면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긴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객들과 마주하고, 이어지는 진솔한 대화를 통한 '관계형성'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포지셔닝과 브랜딩의 핵심이다.

이 관계형성을 위한 방안으로는 첫째, 디지털 소통을 일관성 있게 꾸준히 유지하자. 고객과 마주하는 소통채널과 콘텐츠는 고객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시시각각 변화한다. 그러나 고객과의 관계형성은 일관성이 요구된다. 담당자가 바뀌고, 조직이 변경되고, 임원이 교체되고, 예산이 변경되더라도 고객입장에서 해당 채널과 콘텐츠의 부실한 운영은 그 동안 쌓아온 신뢰와 재방문 욕구를 떨어트리게 한다. 특히 우리 브랜드에 맞는 톤앤매너로 고객과 친밀한 유대감을 유지해야 한다. 형식에 얽매이거나 딱딱한 말투는 오히려 고객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고객과의 소통 차별성은 톤앤매너에서 출발한다. 톤앤매너 대체와 확장을 위해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하이트진로는 슈퍼스타 두꺼비 콘셉트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타와의 댄스 챌린지, 매거진 화보 필름을 벤치마킹한 비주얼 영상 및 이미지 화보 시리즈 콘텐츠를 새롭게 선보였다. 시즌 이슈를 담은 매거진 화보를 선보인 후, 왓츠 인 마이백 등 연계한 후속 콘텐츠를 이어 선보이며 팬심 공략 및 이슈화를 유도했다. 이러한 시도는 '화보 장인' '콘셉트 소화력 무슨 일' 등 긍정적인 댓글 반응과 함께 팬덤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둘째, 고객을 위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자. 디지털 공간에서 고객이 기업에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정보다. 해당 기업(관)에서 제공하는 쏠쏠한 정보를 맛보기 위해서다. 기업은 이를 위해 자사 정보나 기업이미지, 제품 등과 밀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브랜드와 관련된 테마를 잡고 유용하면서도 재미있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정보를 담을수록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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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입장에서 전문정보를 쉽게 제공하는 한화그룹 브랜드 저널 〈Tech for All〉

현대자동차그룹, 삼성전자 반도체, GS칼텍스 등의 사례에서도 언급했듯이 업의 특성과 연관된 지식 나눔은 해당기업의 사업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한화그룹도 브랜드 저널 '한화저널'의 〈Tech for All〉 시리즈를 통해 영상과 다양한 이미지로 농가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온 영농형 태양광, 바다를 고요하게 만드는 수중방사소음 저감 기술, 일상을 더 자유롭고 편리하게 만드는 협동로봇, 일상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친환경 PVC, 국가 안보와 경제를 지키는 항공엔진 기술 등을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여 어려운 전문정보를 쉽게 알려 주며 호평을 받고 있고, 기업의 핵심 사업소개와 브랜드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셋째, 반드시 고객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자. 국립생태원 인스타그램은 숏폼 영상과 툰 등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활용해 국민과 가장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특화 콘텐츠로 〈국립생태원 Q&A〉, 〈생태원툰〉, 〈WE GO 캠페인〉, 〈어게인 생태원〉 등을 발행하며 소통 기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통한 질문 받기를 활용하며 국민에게 매달 특정 주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연구원이 직접 답변을 전하며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넷째, 큰 이벤트보다 작은 고객참여 이벤트를 진행하자. 기업(관)은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야하고 또 관심을 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이벤트를 하는 게 좋다. 오프라인과 연계된 고객참여 이벤트도 효과가 크다. 작은 이벤트라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퀴즈도 좋고 인증샷도 좋다. 또 업의 특성을 반영한 소소한 이벤트는 고객과의 관계형성에 좋은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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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참여를 통한 지속적인 고객과의 관계형성에 성과를 내는 사례(IBK기업은행)

기업은행은 최근 자사 소속인 사격 올림픽 선수들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물총 쏘기 온라인 이벤트와 다문화 사회통합을 위한 찾아가는 〈IBK 모두다 스쿨콘서트〉, 그리고 〈IBK모으기통장〉에 저축을 하면 소정의 선물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시의성과 시즌에 맞춰 다양한 고객참여 프로모션을 운영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성공적인 소통과 마케팅 활동은 결국 조직의 유연한 문화와 경영층의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일관된 소통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단타로는 고객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그리고 인위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숫자의 함정은 경계해야 한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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