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성영상 활용 기술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이용되고 있다. 가시광, 적외선, 레이더 기술 기반 위성영상 데이터는 기상, 농업, 환경, 재난, 도시계획 및 국방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래 전부터 가시광, 적외선 대역의 영상을 활용해 왔고, 최근 합성개구레이더(SAR)를 장착한 소형 군집 위성들이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가시광, 적외선 영상 위성은 보통 흑백 영상처럼 한 가지 파장대로 촬영한 단 채널 영상을 제공하거나, 여러 파장대로 각각 촬영하는 다채널 다중 분광 영상을 제공한다. 다중 분광 영상은 정밀하게 물질 특성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단파장 영상으로 할 수 없는 분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우주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분야가 초분광 위성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초분광 위성 영상 기술이 우주 분야 선도국가를 중심으로 급격히 발전하면서 지구 관측 및 자원 관리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초분광 위성 영상은 지구 표면에서 방출되는 다양한 파장대 빛을 측정해 보다 세밀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존보다 훨씬 넓고 깊은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대규모 영상 데이터로 활용이 힘들었던 초분광 위성이 90년대 이후 하드웨어의 발달로 이제는 큐브위성에도 초분광 카메라를 탑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몇 가지 특징을 들자면 기존 다분광 영상 대비 초분광 영상은 탐지하기 어려운 대상을 탐지하고, 숨겨진 특징과 위장 구별이 가능하다. 특정 가스 또는 화학 작용제 존재를 탐지하고, 지상에 노출된 희토류 금속 탐지도 가능하다.
초분광 위성영상 민간 및 군사 분야 활용의 잠재력을 알고 있는 우주 선진국들이 최근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초분광 위성 산업 기반을 키우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 뿐 아니라, 민간 응용 연구를 위해 블랙스카이(BlackSky), 픽셀(Pixxel) 등 업체와 국가 정찰국이 계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유럽 우주국은 핀란드 업체 쿠바스페이스(Kuva Space)와 초분광 큐브위성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초분광 위성의 발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증거다.
우리나라는 이제 초분광 위성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년 전 국내 최초 민간위성을 발사해 위성 영상 활용 선구자 역할을 한 한컴인스페이스가 내년 10월 저궤도 초분광 위성을 발사한다. 정상 발사되면 내년 말부터 영상이 입수되기 시작하고, 다양한 영상 처리를 거쳐 민간 및 국방 분야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초분광 위성영상에서 유용한 정보를 어떻게 추출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과 고객 가치 창출은 기술자들에게 항상 행복한 발걸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우주산업 분야에서 초분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초분광 위성영상의 잠재력과 활용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