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경북 울진과 충북 단양에 이차전지 핵심광물인 리튬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는 2020년부터 4년간 국내 유망 지역을 조사·탐사해 얻은 결과다. 그에 앞서 5월 포브스는 칼럼을 통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텅스텐이 중국에서 생산됨을 지적하면서 1992년 채광이 중단됐던 강원도 영월 상동 광산을 주목했다. 이같이 국내에 핵심광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변화하는 국제정세에서 위험을 관리하며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핵심광물은 여전히 일부 국가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제품, 전기차 및 이차전지, 태양광·풍력발전기 등 첨단 산업에서 핵심광물이 필수적이므로 경제 안보에서 매우 중요하다. 2010년 일본이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민을 체포하자 중국이 첨단 전자 재료의 원료가 되는 핵심광물인 희토류의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결국 일본은 중국 어민을 즉각 석방하면서 물러서게 됐고, 이 사건을 통해 공급망과 자원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후 일본은 전략적으로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희토류를 수입할 수 있도록 다변화를 진행함과 동시에 기존제품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자원순환 기술을 고도화했다. 그리고 히타치와 토요타자동차에서 희토류를 대체하거나 함량을 줄인 전기모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0년 90%에 이르던 일본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최근 60% 수준으로 크게 완화됐고, 특히 희토류인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경우에는 중국 의존도가 30%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전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핵심광물과 연관된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다수의 핵심광물은 여전히 지역적으로 편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가공에 기술적 난관 또는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이 저개발국가에서는 아동노동이나 인권침해도 우려된다. 우리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망에서의 인권침해, 환경오염, 탄소배출 이슈를 제기함에 따라, 핵심광물의 개발과 확보 과정에서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국내 광산을 개발하려면 지역주민의 수용성을 높이고 환경오염·인권·안전보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채굴·제련·가공 과정에서 선진기술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채굴할 때 인권과 환경이 존중되지 않는 국가·기업과 거래하게 되면 국제 제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인증을 받은 광산, 제련소와 거래하고 이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 및 연합은 이미 다수 결성돼 있다.
그리고 버려지는 제품에서 핵심광물을 회수해 순환하려는 노력을 더해야 한다. 과거 폐전자제품에서 귀금속 등을 회수하는 도시광산이 회자됐으나, 기술과 효율성 이슈로 일본에 비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이차전지 산업이 성장하고 있으므로 단순 경제성의 관점을 지양하고 핵심광물 공급원의 포트폴리오 측면에서의 정책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핵심광물을 일반광물로 대체하는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 물론 희토류가 미량으로 물성을 크게 개선하는 특징이 있지만, 가급적 풍족하게 얻을 수 있는 원재료를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근원적으로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올해 2월, 자원의 생산·자원순환, 비축, 기술개발·인력양성, 국제협력과 같은 종합적인 접근 이뤄질 수 있도록 자원안보특별법이 법제화됐다. 이 법을 발판 삼아 이제는 민간기업이 환경·인권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상대방과 거래하고, 국내외 핵심광물을 개발하고 기술 고도화에 나서야 할 때다.
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yongjin.park@kispric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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