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업황 내년 하반기 반등 전망…LG엔솔·삼성SDI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박차”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위축된 배터리 업황이 내년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박세영 노무라금융투자 본부장은 23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SNE리서치 주최로 열린 'SNE 배터리데이 2024'에서 “배터리는 반도체와 같이 사이클 산업 양상을 띠고 있다”며 “설비투자(CAPEX)가 최저점일 때 공급이 가장 줄어들어 사이클이 살아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내년 주요 배터리 제조사의 설비투자비가 축소되는 만큼 2025년 하반기 이후를 업황 반등 시점으로 예상했다. 올해 설비투자에 7조5000억원을 집행하는 SK온은 내년 2조원 수준으로 축소가 점쳐지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SNE리서치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수요 전망치가 819기가와트시(GWh)로 전년(694GWh) 대비 18%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적 수요 증가에 따라 2030년에는 1872GWh로 올해보다 2배 이상 성장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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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창 LG에너지솔루션 미래기술센터장(부사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SNE 배터리데이 2024'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호길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전기차 캐즘에도 미래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정근창 LG에너지솔루션 미래기술센터장(부사장)은 “개발 중인 리튬황·리튬메탈·바이폴라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을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2030년 이전에는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리튬황과 리튬메탈 배터리는 각각 양극에 황, 음극에 리튬 금속을 사용하는 제품을 의미한다. 두 배터리 모두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무게가 가벼워 경량화가 필수적인 도심항공교통(UAM)용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바이폴라 배터리는 셀 안에 여러 개의 전극을 적층해 고전압을 구현, 전기차 주행거리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 부사장은 “리튬황 배터리는 10년째 개발 중인데, 시제품으로는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능과 사이클 수명을 보이고 있다”며 “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는 가벼운 배터리로 부가가치를 높이면 승산이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튬메탈 배터리는 초소형 디바이스와 모빌리티 제품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고 자율주행차 등으로 진입할 계획”이라며 “바이폴라 배터리는 용접을 통한 연결이 불필요해 전자 이동 경로를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만큼 중국산 배터리에도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출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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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호길 기자)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2027년 상용화 계획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 화재 위험성을 낮추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전지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고객사에 보내 평가를 받고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상용화 이후 슈퍼 프리미엄(초고급) 차량에 먼저 적용되고, 생산 능력 확대로 비용이 낮아지면 응용처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부사장은 “삼성SDI 차세대 배터리에는 전고체 이외에 다양한 제품 라인업이 있다”며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와 협력해 반고체 배터리, 나트륨이온 배터리, 황화리튬 등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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