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치의 존재 이유

전세계 정계가 폭력으로 물들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격 사건은 충격이다. 그는 물리적 폭력의 희생자가 될 뻔 했다. 운 좋게 총알이 비켜가면서 백악관 입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나라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정치적 폭력이 난무한다. 여야 간 싸움은 절정이다. 협상은 사라졌고, 소송만 기다린다. 정치는 실종됐다. 정치의 사법화는 가속화됐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가, 그들만의 죽고 사는 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언제부턴가 탄핵이 일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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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부국장

대표적 사례가 방송통신위원회다. 파행적 운영의 결정판이다. 3개월, 6개월 시한부 방통위원장에 이어 지금 체제를 고집하면 더 짧은 기간 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앞두고 1인 방송위원회 논란까지 벌어졌다. 이상인 부위원장 혼자 있는 나홀로 독임부처 신세다. 이제는 정상화를 하든지, 아니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서 지상파 방송과 통신을 분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동통신 및 유료방송 정책을 분리해 과기정통부에 다시 흡수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자.

용산은 컨트롤 할 수 없는 민주당을 비난하기 보다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에 노력해야 한다. 2인 위원회 체제를 하루 속히 5인 위원회로 만들어야 한다. 방송위원장 탄핵, 새 위원장 선임이라는 악순환은 이제 끝내야 한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과방위 회의에서는 이상인 부위원장 탄핵까지 거론되지 않았나.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위법 불법적인 행정 행위를 할 경우, 탄핵을 해야 한다고 어름장을 놓았다.

이렇게까지 탄핵이 일상화 된 경우가 있었던가. 방통위 공무원들이 또 다시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가. 선배들 모습을 보면서 행정고시에 합력한 5급 사무관들이 방통위를 지원하겠는가.

핵심 열쇠는 용산이 갖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합의제 운영기구인 위원회 설립 취지와 존립 철학에 맞춰야 한다. 파행 운영을 방치해선 안 된다. 국민이 선출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 추천위원은 임명해야 한다.



탄핵이라는 회오리에 묻혀 업계 현안은 뒷전이다.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MPP와 콘텐츠 수급계약이 늦춰지고 있다. 특히 중소 PP업계는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발 미디어 지각변동과 유튜브 논란 등 산적한 현안도 중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OTT 출현으로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과 콘텐츠 제작 환경은 점점 해외 자본에 종속되는 구조가 되고 있다. 하지만 탄핵이라는 빅뱅에 현안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스팸 문자 대책은 있는가.

정치는 소 싸움이 아니다. 혐오와 분열 증오의 정치는 고스란히 국민들 피해로 이어진다. 민생은 말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니다. 민생을 둘러보자.

우선 자영업자 폐업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6487명을 기록했다. 2006년 통계 작성을 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9년 만에 사상 최고치다. 고금리와 내수부진에 골목상권이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 사정도 마찬가지다. 재벌 대기업들은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중소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대기업 임원들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게 현실이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향하고 있다.


김원석 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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