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솔루션스의 역작 ‘N/A’…‘솔루션스 붐은 반드시 온다’

Photo Image
사진=엠피엠지 뮤직

베테랑 뮤지션이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 완성한 앨범을 듣는 것은 언제나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솔루션스(THE SOLUTIONS, 보컬: 박솔, 기타: 나루, 베이스: 권오경, 드럼: 박한솔)가 지난 6월 26일 발매한 세 번째 정규앨범 ‘N/A’ 역시 마찬가지다.

보다 원초적이고 과감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N/A’는 솔루션스의 ‘역작’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실제로 솔루션스는 최근 전자신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자리에서도 ‘N/A’는 깊은 고민과 과 파격적인 시도가 더해져 탄생한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나루는 “‘SLTN’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고, EP 3개를 낸 다음 작품이라서 다들 의욕이 넘쳤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N’은 정규로 가보자고 했다. 실제 모인 곡도 수록곡 두 배 정도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이는 노래들이 이전하고 좀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혹은 좀 엉뚱했으면, 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기존의 팬들도 그렇고 새롭게 우리 음악을 듣는 분에게도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게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파격의 시도는 음악뿐만 아니라 ‘N/A’의 앨범 커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눈이 달려 있는 손으로 왕관을 만든 기괴한 커버 이미지는 절대 잊기 어려운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나루는 “앨범 커버도 파격적으로 했다. 보는 사람마다 의미가 달랐으며 했다. 왕관 같기도 하고 외계종족 같기도 하고…. 앨범 커버부터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을 부르고 싶었다”라고 의도를 밝혔다.

이어 박솔은 “우리 손으로 만든 왕관을 우리가 씌운다는 의미도 있다. 약간의 불편함을 주고 싶었다. 곡의 편곡도 예상할 수 있는 흐름이 아니라 계속 반전을 줬다. 그런 부분에서 오는 불편함일 수도 있고, 사운드적으로 기괴하거나 독특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앨범의 이미지도 곡에서 주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로테스크하고 정체를 알 수 없으면 좋겠다는 의견에서 탄생한 앨범 커버다”라고 설명을 더했다.

이들의 말처럼 오랫동안 솔루션스의 음악을 들어온 팬이라면 ‘N/A’에 담긴 사운드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간 솔루션스가 발표한 음악들은 스스로 장르를 퓨처팝(Future Pop)이라고 부를 정도로 깔끔하고도 경쾌한 사운드가 주를 이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루션스는 오히려 ‘N/A’가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잘 담은 앨범이라고 자신했다.

권오경은 “시작이, ‘우리의 취향’이라는 것을 찾고 싶었다. 남들과 다른, 우리의 것, 나만의 것을 찾다 보니 과해지는 게 있었다. 이것저것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요즘에 조용한 게 인기가 많으니까 그런 것에 반항도 있었다. ‘우리만의 것을 하려면 좀 더 과하게 해 볼래’라고 했는데, 그런 게 데모에 들어갔고 우리 스스로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아이덴티티를 내세워보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앨범을 만든 과정에도 솔루션스의 이런 ‘거친 아이덴티티’는 잘 드러난다.

박솔은 “우리가 곡을 쓰면서 키워드를 던졌다. 우리끼리 PPT를 만들어서 거기에 우리가 원하는 단어와 문장들을 모았다. 그때 나왔던 단어들이 ‘저항’, ‘록’, ‘밴드’, ‘원초적인’, ‘시대유감’, ‘디스토피아’ 등이었다”

Photo Image
사진=엠피엠지 뮤직

하필이면 4부작의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작품에 ‘디스토피아’와 같은 배드엔딩을 지향한 것도 신선했다.

이에 박솔은 “폭발해야 새로운 게 탄생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사운드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고, 박한솔도 “마지막이 아니기 위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나루는 “록이 자기주장이 강한 음악이지 않나. 우리도 우리만의 주장을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까를 고민하며 만들다 보니까, 이전에는 없던 반항적인 모습, 진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지에서 모티프를 받은 부분도 있고, 메탈, 펑크(Punk), 펑키(Funky)도 있다. 밴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라고 정리했다.

이어 권오경도 “전체적으로 비트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옛날 장르의 요소를 넣어둔 것이 많다. 옛날 장르가 요즘 또 유행하지 않나. 거기에 요즘의 포장지를 씌우기 위해서 조미료들을 넣었다. 온고지신 같은 느낌이다”라고 의견을 더했다.

이처럼 ‘N/A’는 솔루션스의 가장 내면에 있던 사운드를 끄집어낸, 가장 솔수션스다운 곡들로 채워진 앨범이지만, 그 결과 ‘퓨처팝’이라는 장르에서는 벗어난 게 맞기는 하다.

박솔은 “우리가 원래 ‘퓨처팝’이라고 했는데, 팝이라는 단어에는 대중성이란 의미가 있다. 이번엔 퓨처팝이 아니라 조금 더 록을 해 보자는 느낌이었다. 20대의 퓨처팝에서 조금 벗어나, 퓨처펑크(Future Punk)라는 장르를 해 보려고 했다. 솔루션스의 장르를 우리만의 장르로 정리했을 때 (멤버끼리) 퓨처펑크라는 단어에 동의했다”라고 밝혔고, 이에 나루가 “그렇다고 꼭 ‘우리는 퓨처펑크입니다!’라기보다, 이런 단어를 마음속에 새기고 작업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N/A’가 추구하는 원초적인 힘과 이를 마주했을 때의 기괴함은 타이틀곡 ‘N/A’의 뮤직비디오도 잘 드러난다.

상의를 탈의하고 싸움을 벌이는 두 남자를 배경으로, 이들에게 전혀 개의치 않고 연주를 이어가는 솔루션스 멤버들과 갑자기 등장하는 발레리나 등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N/A’의 뮤직비디오에서 필자를 가장 궁금하게 만든 건 다른 질문이었다. 바로 ‘두 남자 중 누가 이겼나?’다.

이에 박솔은 “승자와 패자가 없다. 그냥 계속 싸우는 거다. 그리고 배우분의 의상에서 특정 브랜드가 노출된 건 의도한 게 아니다”라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권오경은 “자신의 의도에 몰두하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싸우는 애들은 싸우는 것에만 치중해 있고,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주한다. 우리만의 성을 짓는다는 것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라고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을 내놓았다.

타이틀곡 ‘N/A’외에도 앨범 ‘N/A’에서는 눈길을 끄는 제목들이 있다. 바로 5번 트랙 ‘ATHENA’와 마지막 트랙 ‘Venus’가 그것으로, 각각 그리스로마신화 ‘전쟁의 신’ 아테나와 ‘미의 신’ 비너스를 제목으로 차용했다.

이에 ‘N/A’ 앨범이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묻자, 그런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박솔은 “신들의 이야기를 많이 찾아보기도 하고 (신화에서) 재밌는 모티프를 따올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나루는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면 신들이 착하기만 하지 않다. 그런데 아테나 같은 경우는 신 중에서 제일 순결하고 고결하더라. 그런 이미지가 좋아서 ‘ATHENA’의 이미지로 썼다. 반면 비너스는 아름다우면서도 질투심도 많고 문란하고, 다른 신에게 관심을 가지면 저주를 내리기도 하고 그런 모습이 재밌었다. 가사 역시 그런 내용이다. 중독적인 대상, 나를 망가트리지만 중독되는 대상에 대한 노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어느 분이 ‘Venus’에 댓글로 짧은 평을 남긴 게 기억난다. ‘솔루션스가 음악에 대해, 괴롭지만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라고 말하는 건가?’라는 평이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그저 긍정적일 수는 없는 곡이다. 그래서 ‘우리가 제목을 잘 골랐구나’라고 좋아했던 곡이다”라고 덧붙였다.

Photo Image
사진=엠피엠지 뮤직

‘N/A’는 트랙 중간에 ‘ANNIHILATION’, ‘잎샘’, ‘iPTF14hls’ 등의 브리지가 삽입된 것도 특징이다.

이에 박솔은 “정규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가 느껴져야 정규로서의 가치, 특유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랙 순서를 정하고 나서 서사를 만들기 위해서 브리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경이 형이 인터루드 곡을 많이 넣었으면 했다. 그래서 나와 나루 형, 오경이 형이 각각 만들어 이걸 트랙 중간에 넣어 봤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문답이 아니더라도, 서두에서 밝혔듯이 ‘N/A’는 그냥 앨범을 듣는 순간 솔루션스의 모든 내공이 집약된 역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그만큼 솔루션스는 무대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이미 지난 11일 마포구 생기 스튜디오에서 쇼케이스를 성황리에 마쳤고, ‘해브 어 나이스 트립’, ‘부산 락 페스티벌’ 등에 출연을 확정 짓고 이를 준비 중이다.

박솔과 나루는 “이번 쇼케이스는 모두를 모시진 못해도 파티 같은 느낌으로 즐기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기획한 무대다”라며 “공연도 하고 인사도 나누고 애프터파티 비슷한 느낌으로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페스티벌과 관련해서도 박솔은 “밴드가 페스티벌에서 연주했을 때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지점에서 오경이 형과 나루 형에게 ‘어때? 재밌을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많이 물어봤다”라고 덧붙여, 페스티벌에서 보여줄 ‘카타르시스 넘치는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사실 박솔의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그가 최근 연극 무대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뮤지션들이 연극이나 다른 연기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을 무대에서 발휘한 사례가 많았던 만큼, 박솔 역시 이런 상승효과를 기대케 하고 있다.

실제로 박솔은 “(연극이) 나는 (음악을 하는 데에)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연극 무대에 서면 약간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있다. 내가 안 보여주던 모습, 숨기고 싶었던 표정과 감정을 다 드러내야 하니까 그렇다. 그런 다음 솔루션스 공연을 했는데, 느낌이 사뭇 다르더라. 조금 더 과감해지는 것도 있는 것 같고, 부끄러움이 없어지는 것 같고, 무대 위에서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반대로 솔루션스로 활동한 것도 연극을 하는 데에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됐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된다”라고 말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기대케 했다.

이에 실제로 박솔의 연극 ‘인간실격’을 관람했다는 박한솔과 나루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한솔은 “정말로 깜짝 놀랐다. (박솔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 항상 무대 위에 같이 있다가 무대 밖에서 보니까 색달랐다. 1인극인데도 모든 대사를 실수 없이 하는 것부터 연기도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라고 칭찬했다.

또 나루도 “(박솔이) 노래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무대에서 표현하는 모습을 나도 막상 처음 봤다. 저 대사를 다 어떻게 외웠을까 하는 생각에 놀랐다. 또 노래와 달리 몸으로 표현해야 하니까 더욱 신선했다”라고 그의 연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음악에 좋은 무대까지 예고한 솔루션스는 스스로도 이번 앨범에 자부심이 넘쳤다.

박한솔은 “꼭 상이 아니더라도 (‘N/A’를) 어떤 식으로든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은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나루는 “우리끼리 웰메이드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 듣는 사람들도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면 좋겠다. 앨범이 나오고 주변 사람도, 처음 듣는 분들도 다 좋은 말을 해줘서 기분이 좋다. 예전에는 앨범이 나오면 ‘뭐가 이상하네’, ‘저게 이상하네’, 우리는 전혀 모르는 밴드인데 ‘누구 따라 하려고 했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라고 ‘N/A’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끝으로 나루는 “잘 고민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우리끼리는 만족하는 음반이다. 열린 것들이 많다. 가사도 그렇고 마지막이 꿈에서 깨어나는 듯한 효과를 넣었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솔루션스 유튜브에 댓글을 많이 달아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Photo Image
사진=엠피엠지 뮤직

현재 소속사 엠피엠지 뮤직에서 이들에게 자주 붙이는 문장이 있다. 그리고 이 문장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솔루션스의 붐은 온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