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 행사 제한 vs 시장 투명화…지배주주 압박 '밸류업' 열풍에 고심커진 재계
오는 24일부터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주주가 대규모 주식 거래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30일 이전에 이를 공시해야 한다. 발행주식의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인 경우가 공시 대상이다. 위반시 최대 2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금융위원회는 상장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세부 사항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입법예고한 하위규정과 함께 오는 24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상장사의 이사와 감사, 업무집행책임자 등 임원과 의결권 주식을 10% 이상 소유하고 임원에 대한 임면 등 주요 경영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주주에게는 사전공시의무가 생긴다.
사전공시의무 거래 대상은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인 경우다. 단일 거래액이 아닌 과거 6개월 동안 거래수량과 금액을 모두 더한 금액이다. 신탁계약을 통한 매매도 포함된다. 상속이나 주식배당, 주식 양수도 방식의 인수합병(M&A) 등 외부 요인에 따른 거래는 의무대상에서 제외한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가 증시 투명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부자의 지분 변동 정보가 일반투자자에게 적기에 제공돼 예기치 못한 대규모 주식매각 등으로 인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계 일부에서는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에 반대하는 기류가 있다. 주요주주의 사전 지분매각 계획 발표가 공매도 세력은 물론 증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내부자의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도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도입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을 주는 상법 개정안까지 발의되는 상황에서 이번 법 개정이 기업 활동에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