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에 멈춰선 '상비약·자판기' 논의…상비약 지정심의위 6년간 안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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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종합병원앞의 약국가 모습

의정갈등 사태 장기화로 정부와 의사들간 대치가 이어지면서 '약'과 관련된 논의는 사실상 뒤로 밀렸다.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인 상태에서 약국 체계까지 흔들릴 경우 국민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이하 안전상비약) 생산이 중단된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 타이레놀정 160㎎ 재고가 소진시점을 넘겼다. 이를 대체할 안전상비약 2종이 편의점에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안전상비약 13종 중 해열제는 총 5종이다. 국내 생산이 중단된 제품은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 타이레놀정 160㎎이다. 제조사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2022년 3월 품목 취하 후 국내 수급이 중단됐다. 그동안 재고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2년이 지나면서 모두 소진됐다.

복지부는 안전상비약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단종된 타이레놀을 대체할 제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자문위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안전상비약 지정심의위원회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조정·심의하기 위해 시민단체, 약학회, 의학회, 공공보건기관 등의 위원 추천을 받아 총 10명으로 구성한다. 2018년 이후 현재까지 6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상비약 자판기(화상투약기)도 2차 실증특례를 앞두고 부가조건 완화를 신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1차 실증특례를 마치고, 1차 사업 평가와 사업 지속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 복지부는 항목 추가 정도 외에는 큰 효과가 없어 2차 실증특례 완화와 관련된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국민 편의와 연관된 '약' 이슈들이 상반기 내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복지부 약무정책과가 의정갈등을 정면에서 다루는 보건의료정책국 안에 소속돼 있다보니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위기경보 심각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불안한 상태에서 약국까지 정부와 대척점에 서면 국민 불안과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수위와 속도조절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대신 올해 심야약국 예산 확보에 적극 나서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심야약국 사업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야약국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매칭해서 지원하는 사업 형태는 지난 4월 법이 시행되면서 가능해졌다”면서 “다만 올해 예산을 확보해야 내년부터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는 만큼 적극 확보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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