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은 미국 FDA 승인을 통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의료 시장의 규제와 제한된 수익 모델을 극복하고,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은 우수 인력을 기반으로 한 기술 연구 개발, 해외 기관과의 협력, 그리고 FDA 승인 후 시장 진출이라는 단계적 접근을 택하고 있다.
FDA 승인 과정은 복잡하고 엄격하다. 미국 내 대형병원에서 미국인 데이터를 사용한 임상 실험이 필수적이며, 단일 병원에서의 파일럿(pilot) 시험과 여러 지역 병원 데이터를 통합한 피보탈(pivotal) 시험이 요구된다. 이러한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두 가지 주요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매스 제너럴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MGB)의 디지털 CRO 서비스와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Mayo Clinic Platform)이다.
MGB 디지털 CRO는 '닫힌' 서비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하버드의대 협력 병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내부 데이터 센터와 플랫폼을 구축해 CRO 및 연구 목적으로 활용한다. MGB는 각 모델의 개발, 검증, FDA 준비를 위해 개별 팀을 구성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이 접근 방식은 기업 실무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 형태와 최종 결과 리포트의 내용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한다. 필요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상의와 함께 전향적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비용은 프로젝트의 복잡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6억원 정도가 소요되며, MGB는 지식재산권(IP)을 요구하지 않는다. 현재 약 20개의 모델이 이 서비스를 통해 FDA 승인을 받았으며, MGB는 피보탈 시험을 위해 미국 내 여러 병원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메이요 클리틱 플랫폼은 '개방형' 서비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초기 1000만달러의 예산으로 시작해 추가 2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아 운영되고 있는 이 플랫폼은 CRO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개발, 검증,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 서비스로는 디스커버리, 밸리데이트, 디플로이가 있다. 디스커버리는 비식별화된 실제 임상 데이터셋을 제공해 모델 훈련에 활용할 수 있게 하며, 밸리데이트는 외부 협력병원 데이터를 사용해 모델을 검증하고 보고서를 제공한다. 이 플랫폼은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연구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모델에 대해서는 IP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의 강점은 더 많은 협력 병원과의 네트워크와 시스템화된 접근 방식으로, 초기 단계의 기업들의 데이터 수요도 충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서비스는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MGB 디지털 CRO는 맞춤형 접근과 높은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을 수 있다. 메이요 클리닉 플랫폼은 더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지만, IP 관련 이슈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자사의 요구사항, 예산, 그리고 장기적인 전략을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의료 AI 모델의 FDA 승인 과정은 복잡하고 도전적이지만, 이러한 전문화된 CRO 서비스를 활용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은 효율적으로 FDA 승인을 준비하고 미국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기업은 자사의 특성과 목표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상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하버드 메디컬 스쿨 조교수 kkim24@mg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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