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연구팀, “항암 후 탈모, '냉각모자' 효과 있어”

항암 치료 이후에도 지속되는 탈모를 막는 데 '냉각모자(쿨링캡)'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혈액종양내과 안진석·암교육센터조주희·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이 냉각모자가 항암치료로 인한탈모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임상종양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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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냉각모자를 착용하고 있다.

암환자의 머리가빠지는 건 항암제의 특정 성분이 모낭세포나 피부세포를 파괴하는 탓이다. 환자들에게는 항암 치료 종료 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회복한다고 교육이 이뤄진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의 42.3%가 항암치료 후 3년이 지나도 이전의 모발의 상태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에서 냉각모자를 쓰면 혈관이 수축돼 두피로 가는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모낭세포를 망가뜨리는 항암제의 영향도 감소시켜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냉각모자를 쓰더라도 모발이 아예 빠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모발이 빠지더라도 중요한 세포들은 보호가 됐으니 모발이 다시 날 때 냉각모자를 쓰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한 모발이자라날 것으로 가설을 세웠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2020년 12월 23일부터 2021년 8월 27일 사이 유방암 1~3기로 진단받고 치료받은 139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냉각모자는 머리가 닿는 부분에 매립된 관을 따라 냉각수가 일정 온도로 순환하면서 두피 열을 내리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환자들은 항암 치료 전 30분 동안 모자를 착용하고, 치료 후 90분 동안 모자를 추가로 쓴 채 연구에 참여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연구 기간 동안 환자에게는 머리를 밀지 않도록 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속탈모는 항암치료 전 보다 모발의 양 또는 굵기가 항암치료 6개월 이후 시점에도 회복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정의했다. 대조군의 52%가 지속탈모를 경험한 반면, 냉각모자군은 13.5%에서만 나타났다.

모발 두께는 치료 시작 전 보다 치료 후 6개월 지난 시점대조군에서 7.5μm감소한 반면, 냉각모자군은 오히려1.5μm증가했다. 연구 시작 당시에는 두 집단간 모발 두께 차이는 없었지만, 치료 후에는 9.1μm차이를 보였다.

항암치료 종료 6개월 뒤 가발 착용도 냉각모자군에서 크게 줄었다. 탈모를 가리려 가발을 착용하는 환자의 비율이 대조군은 32%에 비해 절반 수준인 17%에 불과했다. 환자들이 보고한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스트레스도 6개월 시점에 냉각모자군이 유의미하게 더 낮았다.

안진석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냉각모자를 착용하면 모낭 손상이 덜하기 때문에 항암치료 후 머리카락이 다시 날 때 빨리 나고, 굵은 모발이 날 확률이 높아진다”며 “탈모는 환자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부분 또한 포함할 수 있어야 암치료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항암환자를 위한 냉각모자는 미국 FDA, 유럽 EMA의 허가를 받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암치료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실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보조적 암치료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의료기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