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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플랫폼 규제 법이 시행되더라도 글로벌 빅테크에는 무용지물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럽연합(EU)이 최근 애플과 MS에 본격적으로 규제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 같은 수위의 규제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 상황과 공정위의 조사 권한 등을 고려할 경우, 국내 플랫폼법은 글로벌 빅테크는 비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시장 규모가 EU 등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의 전체 매출 중 국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에 글로벌 기업은 '시장 철수'라는 선택지를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실제 트위치는 올해 초 한국의 망 사용료 부담을 이유로 철수했다. 메타 또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이용자 등급을 받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한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게임 서비스를 국내에서 중단한 바 있다.

다른 업종의 국내 기업에 대한 보복 제재 우려도 나온다. EU의 경우 미국에 진출해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기업이 없지만, 우리나라는 대미 수출 기업이 다수 존재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공회의소는 자국 빅테크가 규제를 받을 경우,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제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보이는 공정경쟁법 외에도 미국은 안보와 관련된 법을 발의해 반도체나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제재를 언제든 가할 수 있다”며 “괜히 구글이나 MS를 잡으려다가 삼성전자나 현대차까지 보복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글로벌 빅테크의 경우 공정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 공정위는 기업에 대해 임의 조사권이 있다. 강제 조사권이 아니기에 기업의 협조를 받아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다수 글로벌 기업의 협조를 받기 어렵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국내 사업자의 경우 공정위가 직접 사업장에 가서 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나 국외 사업자에게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긴 어렵다”며 “이에 따라 조사의 깊이나 폭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당장 과징금 추산의 기반이 되는 매출 측면에서도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매출 3652억원에 영업이익 233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으나 업계와 학계에서는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가 작년 10월 한국재무관리학회 학술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실적 기준 구글코리아의 실제 매출액은 최대 10조5000억원, 납부해야 할 법인세 규모는 최대 44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회계장부에 매출액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직권으로 확인한 뒤 국내 영업을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회입법 조사처는 지난 2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이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공정위의 조사 집행 가능 여부가 의문이라고 밝혔다.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국외 사업자를 조사하기 위해선 경쟁당국 간 협의가 필요하지만 불발될 가능성 등 여러가지 장벽이 있다”며 “협조를 받는다 할지라도 집행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이같은 부분을 공정위가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 및 제재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시장 내 국내 기업에게 악재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정부가 정책 결정을 한 번 잘못하게 되면 시장이 다 죽을 수 있다”며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했던 판도라TV를 제치고 유튜브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플랫폼이 됐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