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올해 국제협력을 위한 기반 조성에 본격 나선다. 정부가 단기·소규모 사업으로 의미있는 R&D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EIT는 모든 산업기술 R&D를 해외에 전면 개방하고 도전적 R&D 중심 연구 과제를 발굴하는 등 국제 기술협력을 일괄 뒷받침한다. 26일(현지시간)에도 미국 보스턴에서 한미 R&D 국제협력 MOU를 맺으며 광폭 행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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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추진성과

◇도전적 R&D 중심 연구 과제 중점

27일 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 기술협력 종합전략'에 따르면 올해부터 초격차 급소기술 발굴에 1487억원을 투입해 48개 기술개발에 착수한다. 급소기술은 첨단산업의 밸류체인 중 국내 기술력이 취약한 핵심기술이다. 2030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산업이 여러 칩을 하나의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공정인 최첨단 패키징이다. 이 시장은 연평균 6.3% 성장해 2027년에는 1219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패키징 분야 '글로벌 톱10'에 한국 기업은 없다. 1위를 포함해 6개 기업이 대만이며 나머지는 중국과 미국이다.

정부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해외기관과 기술협력으로 단기간 개발·상용화시켜 초격차 급소 기술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반도체 첨단패키징 선도기술개발사업'의 경우 예타를 통과했고 내년부터 2031년까지 7년간 2744억원을 지원한다.

세계적으로 연관산업이 형성되지 않은 초고난도 신기술도 협력 대상이다. 세계 최우수 연구자들과 공동 개발하기 위한 신규 예비타당성 사업도 추진한다. 기존 주력산업을 대체할 10대 게임체인저 기술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그 동안 국제공동 R&D는 과제관리 측면에서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려웠고 일반 R&D 과제와 차별화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평가단계를 사전검토와 평가위원회로 다층적으로 구성해 검증을 추진한다. 계속과제에 대한 진도점검과 연구지원을 위한 단계별 평가로 정부 R&D 투자 효율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내 연구자를 해외에 파견해 직접 연구에 참여하고 지식재산권(IP) 실시권 확보 등을 의무화해 개발된 기술이 신속히 상용화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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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26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한-미 첨단산업 국제공동 R&D 과제 협약식'을 개최헸다. 왼쪽부터 박해원 KAIST 교수, 김상배 미국 MIT 교수, 전윤종 KEIT 원장, 벌사라(Bulsara) 싸이티바 팀장, 이범수 엑셀세라퓨틱스 전무. (사진=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KEIT, 산업기술 국제공동 R&D 차별화

KEIT는 국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올초 글로벌 R&D 협력팀을 국제협력본부로 확대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산업기술 R&D 전주기 관리 체계 구축 △신조직 구조 단순화 △국제협력 R&D와 성과창출 전담부서 확대 등을 중점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체계적인 지원책도 마련했다. 기존에는 연구자들의 개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해 과제를 기획했다면 산업기술 수준조사, 최근 5년간 특허 빅데이터(96만건) 분석으로 국가별·기술별 주요 협력대상과 산업기술을 도출해 과제를 기획하는 것이다.

국가간 혁신연구기관들의 전략적인 협력 채널 확대를 위해선 지난해부터 국가별 전략산업과 R&D 수행주체별(산학연) 강점을 분석해 독일, 스웨덴, 그리스, 미국, 베트남 5개국 14개 산학연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EIT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톤에서 한미 양국간 국제공동 연구를 활성화하기위한 '한미 첨단산업 국제공동 R&D 과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업에 따라 로봇 분야에서 한국 카이스트와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세계적인 로봇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의 생체모방로봇연구실과 원팀이 되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및 상용화에 나선다.

또한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며 생산용 핵심원부자재의 수요 증가에 따라 '바이오 원부자재 제조 경쟁력 강화'사업을 신설했다. 국내 기업 엑셀세라퓨틱스가 세포치료제 생산용 배지 개발을 추진하며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인 싸이티바가 수요기업으로 참여해 기술검증 및 지원·평가 등을 통해 미국 현지 시장의 판로 개척에 나선다.

또 국제공동 R&D에 참여하는 국내기업의 매칭펀드 부담을 완화하고 R&D 과제 참여 개수 제한 규정인 '3책5공'에서 국제공동 R&D를 제외해 국내외 산학연 연구자들이 산업기술 국제공동 R&D에 참여 할수 있는 기회를 넓혔다.


전윤종 KEIT 원장은 “국내 산학연과 미국의 연구자가 함께하는 국제공동R&D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국내 기업의 초격차 기술개발, 우리 산업의 공급망 필수기술 및 초일류 국가경쟁력 확보를 앞당겨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