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만년 5위 손해보험사'로 여겨지던 메리츠화재가 순이익뿐 아니라 자산으로도 공고했던 빅4(삼성·DB·현대·KB) 구도를 깨뜨렸다. 그간 공격적인 전략으로 다져온 내실을 통해 체급을 올렸다는 평가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리츠화재 총 자산은 39조2738억원으로 KB손해보험 자산(37조3402억원)을 약 2조원 웃돌았다. 지난해 말 첫 자산 역전이 이뤄진 이후 올해도 격차를 이어가면서 일회성 요인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10년 전(2014년 말)엔 양사 자산이 메리츠화재 12조9814억원, KB손보 23조1347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업계는 지난 2015년 전임 대표이사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메리츠화재 성장이 가속화됐다고 분석한다.
실제 김용범 부회장이 도입한 GA(보험대리점) 채널 공략, 사업가형 지점장제 등 공격적인 영업과 수익성 중심 상품 구성으로 이미 순이익은 보다 자산이 큰 대형사를 뛰어넘은 상태다.
지난해 메리츠화재 당기순이익은 1조5670억원으로 삼성화재(1조7554억원)에 이어 손보업계 2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엔 490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삼성화재(6838억원)와 DB손해보험(5834억원)의 뒤를 이었다.
미래가치가 높은 장기인보험 확대와 수익성 위주 상품 공략은 메리츠화재 대표 프라이싱(Pricing) 전략으로 꼽힌다.
올 1분기 메리츠화재 장기인보험 수입보험료는 2조3813억원으로 5년전(2019년 1분기, 1조5732억원)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10년전(2014년 1분기, 9737억원)과 비교하면 144.5% 성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수익도 대거 확보한 상태다. 올 1분기 메리츠화재 보험계약마진(CSM)은 10조7430억원으로 삼성화재(13조7120억원), DB손보(12조4440억원)와 함께 10조원을 웃돌았다.
CSM은 지난해 도입된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주요 지표중 하나로 보험사 미래 이익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7~10년 기간에 거쳐 보험사 이익으로 상각된다.
메리츠화재가 꾸준한 성장으로 자산 40조원을 목전에 두면서, 자산 기준 손보업계 3위인 현대해상(43조6505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2015년부터 꾸준하게 추진해 온 양질의 신계약 확보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매출성장 및 장기 건전성 관리 전략이 주효했다”며 “효율적인 비용 관리와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운용 능력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