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업계가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인력 확보, 수요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 수행, 수출처 확보 등을 요청하고 나섰다. 시스템반도체 산업 역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만큼 주변 생태계와 함께 움직이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3일 서울 용산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팹리스 스타트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팹리스 스타트업 지원정책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 메모리를 제외한 분야를 뜻하는 시스템반도체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등의 성장에 따라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각 시스템반도체 특징에 맞는 설계 능력의 중요성 역시 커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오영주 중기부 장관,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장, 최기창 서울대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 교수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 참여 기업이 가장 많이 요청한 사항은 인력 확보였다. 대기업, 소프트웨어(SW) 기업 중심으로 인재가 쏠리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팹리스 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팹리스산업협회 차원에서 경기 성남시 제2판교테크노밸리에 시스템반도체 검증지원센터를 구축하고 학위부터 신경망처리장치(NPU)·설계자동화프로그램(EDA) 실무형 인재양성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업계는 전반적인 인력 수요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김경수 팹리스산업협회장은 “전반적인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려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연구개발(R&D) 인력도 유치해야 한다”면서 “한 기업에 3년 이상 종사하면 영주권 획득까지 이어지며 정착을 돕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엔지니어 인력 장기근속을 위해 성과조건부 주식(RSU) 제도의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진영 메티스엑스 대표는 “미국 역시 반도체 설계인력이 부족해 자금력을 무기로 국내 인재 확보에 적극이다”면서 “팹리스 스타트업이 막대한 연봉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류현석 뉴로멀티비전 대표도 “유능한 인력이 1~2년이 아닌 10년에 걸쳐 반도체 설계 분야 전문성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망성이 높은 스타트업 선별을 강화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장연호 보스반도체 부사장은 “자율주행용 칩을 개발하는 데만 최대 1000억원의 소요된다”면서 “공평하게 지원금을 나눈다고 경쟁력이 살아나는 것은 아닌 만큼 '옥석 가리기'는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수환 관악아날로그 대표는 “정부 지원이 AI반도체에 쏠려있는데 현재 최대 200억원 수준의 지원금으로는 기업 자생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면서 “중기부는 새롭게 창업을 시작하는 단계 기업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칩을 판매해봤자 매출 확대로 이어지기엔 부족하다”면서 “최근 중국 대상 반도체 규제가 한국 기업에게 기회가 되는 만큼 국제적인 수출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지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팹리스를 활용하는 대기업에 세제 혜택 지원, 대·중견기업과 팹리스의 공동 프로젝트 등의 의견도 나왔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팹리스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시스템반도체 생태계가 발전하도록 현장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