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사상 처음 '통화 중 녹음' 기능 도입을 확정한 가운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애플 인텔리전스 제공 기능 중 하나로 '통화 중 녹음' 기능을 공개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오디오 녹음, 전사, 요약 기능은 전화 앱과 메모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라며 “통화시 양측 모두에게 녹음 중인 사실이 자동으로 고지된다”라고 말했다.
해당 기능은 통화 중 녹음을 하면 통화 상대방에게 녹음 사실이 자동으로 안내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통화가 끝나면 인공지능(AI)이 요약본을 생성해 제공한다.
요약본은 영어와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광둥어, 포르투갈어 등 8개 언어로 우선 지원된다. 한국어 지원 시점은 미정이다.
아이폰 통화 중 녹음 기능은 이번 발표에 따라 올해 하반기 출시될 새로운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에 탑재될 예정이다. 애플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올해 9월 공개 예정인 아이폰16시리즈부터 이용 가능할 전망이다.
애플은 그간 통화 중 녹음 기능을 정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애플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등에서 통화 중 녹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앱스토어 써드파티(Third Party) 앱으로 통화 중 녹음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으나, 갖은 오류와 유료 서비스라는 한계 때문에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통화 중 녹음 기능을 도입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애플 입지가 한층 더 견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강점 중 하나인 통화 녹음 기능에 대한 수요가 애플로 옮겨 갈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삼성전자는 일명 '삼밴통'이라 불리는 서비스로 국내 시장 경쟁력을 쌓아왔다. 삼밴통은 간편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와 유튜브 밴드스(유튜브 광고를 제거해주는 앱)과 통화 녹음 기능의 앞글자를 딴 단어다. 이 중 유튜브 밴드스는 법적 문제로 공유가 금지돼 사실상 '삼통' 기능으로 불린다.
만약 애플 제품이 통화 중 녹음 기능의 한국어 버전을 지원할 경우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2030세대 수요가 애플 제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삼성 제품을 선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삼통”이라며 “애플페이는 이미 도입됐고 통화 중 녹음 기능도 들어올 경우에는 이에 대한 경쟁력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아이폰으로 이동하고 싶어도 삼성전자 통화 중 녹음 기능 때문에 넘어가지 못한 소비자들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국내 이동통신사 SK텔레콤 AI비서 서비스 '에이닷'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부터 에이닷 아이폰 버전에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요약하는 '에이닷 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기능은 도입 당시 '통화 녹음 기능'을 쓸 수 없던 아이폰 사용자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선 에이닷 콜이 도입된 지 하루 만에 에이닷 가입자가 10여만명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