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요양까지?…보험에겐 너무 높은 '혁신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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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보험상품에 대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사고 환급형 해외여행자 보험에 이어, 요양시설 입소우선권이 탑재된 종신보험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보험사 혁신 문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이달 자회사 요양시설에 입소우선권을 제공하는 'KB라이프케어 종신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가입 후 3년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장기요양등급 4급 이상을 판정받은 가입자는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KB라이프 우선입소는 일반입소와 동시에 운영된다. 일반 입소 대기자들에게 동의를 받고, 일반 입소자 1명이 시설에 들어가면 이후에 우선권을 받은 보험가입자 1명이 입소하는 식이다.

해당 상품은 보험업계 요양산업 선두주자 KB라이프의 혁신상품이다. 생명보험과 요양산업의 첫 결합으로, 성장 한계에 부딪혀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생보사들에게 모범사례가 될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기대와 반대로 보건복지부는 KB라이프 입소우선권 서비스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 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35조 1항에선 요양기관이 수급자에게 정당한 사유없이 장기요양 제공을 거부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일반 입소자가 우선 입소자보다 먼저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순서에서 밀리는 경우 등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영리를 목적으로 요양기관을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같은조 6항도 논의 대상이다. 보험료를 받는 보험사가 요양기관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다.

KB라이프는 기존에 없던 상품을 기획했지만 출시도 전에 판매가 제한될 수 있는 곤란한 상황이다. KB라이프 관계자는 “입소 우선권은 금전이나 향응이 아닌 부가 서비스로, 가입자가 원할때 베네핏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상품을 설계했다”며 “법률 검토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손보업계에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혁신 상품 해외여행자보험을 두고 설왕설래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무사고 귀국시 보험료 10%를 환급해 주는 해당 상품을 보험개혁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다.

회의서 당국 및 관계자들은 △환급 혜택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상품이 기존 보험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지 △환급이 보험료에 선반영돼 보험료가 상승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새로운 형태 상품이 잇따라 규제에 중단될 위기를 맞으면서 보험업계 혁신이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토로도 나온다. 금융소비자보호법, 보험업법 등 관련 법령과 기존 논리에 상품을 맞추다 보니 다양성과 창의성이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단순히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수많은 절차와 검토를 거쳐야 하고,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며 “좋은 아이디어로 신상품을 기획하더라도 규제에 걸릴 위험이 있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도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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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KB라이프생명 개발과정 요약서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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