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망하게 해드립니다”...e커머스 어뷰징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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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 업계에 어뷰징 공격이 횡행하고 있다. 경쟁사 쇼핑몰에 의도적으로 어뷰징 작업을 진행해 플랫폼 제재나 과도한 광고비 지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고도화된 어뷰징 기술이 e커머스 생태계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쟁사의 어뷰징 공격으로 피해를 보는 셀러가 늘고 있다. 상대 쇼핑몰 트래픽을 고의로 조작해 제재를 유도한다. 어뷰징 단속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플랫폼 경향을 역이용한 수법이다.

어뷰징 적발은 판매 중지, 최악의 경우 퇴점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도 억울하게 퇴출 당하는 셀러가 늘고 있다.

클릭당과금(CPC) 방식 광고 상품을 공략하는 수법도 있다. 경쟁사가 설정한 CPC 광고에 트래픽을 집중해 과도한 광고비를 지출 시키는 방식이다. 매출 규모나 상품 마진율이 낮은 중소 셀러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이 될 수 있다.

e커머스 업계 대표적인 고질병인 어뷰징은 상품이나 쇼핑몰 트래픽을 임의로 조작하거나 허위 리뷰·평점을 작성하는 것을 뜻한다. 조회 수, 구매 후기 등 일부 데이터에 기반해 노출 순위가 결정되는 e커머스 플랫폼의 맹점과 맞닿아있다. 쿠팡·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단속 기준에 맞춰 개발된 어뷰징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어뷰징 대행 업체가 늘어나면서 비용도 저렴하다. 트래픽 조작 프로그램을 뜻하는 '슬롯'의 평균 이용 가격은 10일에 2~5만원 사이다. 업체들은 단돈 10만원이면 한 달 내 경쟁사 쇼핑몰을 끌어내리고 자사 쇼핑몰을 플랫폼 상단에 노출 시킬 수 있다고 홍보한다. 자사 쇼핑몰의 악성 리뷰를 삭제하는 비용은 3만원 남짓이다.

소액만 투자해도 효과가 크다보니 어뷰징 업체를 찾는 e커머스 셀러가 많아지고 있다. 어뷰징 공격을 받은 일부 셀러마저도 어뷰징 업체를 찾는 실정이다. 플랫폼 특성 상 노출 순위가 하위권으로 떨어지면 인위적인 조작 없이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뷰징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플랫폼 업계가 실시간 모니터링, 인공지능(AI) 시스템 등을 동원해 다양한 방법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수백만 건에 달하는 상품 거래를 일일이 분석하기는 힘들다.

단속 기준을 높이고 알고리즘을 고도화할 수록 어뷰징도 진화하고 있다. 어뷰징을 적발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 절차가 복잡해진다. 결국 신고 시스템 등 자정 노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둘 수 밖에 없다. 어뷰징 문제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플랫폼 산업이 발전하려면 부정한 방법이나 소비자 기만 행위 등을 근절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갖추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정책 당국에서 어뷰징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고 플랫폼도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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