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보험계약 재매입 제도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중단 상태다. 보험사 건전성 관리와 금융소비자 재산 보호를 위해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험계약 재매입은 보험사가 웃돈(프리미엄)을 얹어 가입자의 보험계약을 되사는 제도다. 과거 고금리 상품을 대거 판매한 보험사들에게 과제로 꼽힌다.
보험업계에 다르면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가 함께 구성한 보험계약 재매입제도TF(태스크포스) 업무회의가 올해 개최되지 않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업무계획에 재매입제도를 포함시키며, 연말까지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법제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보험사와 TF를 꾸려 함께 검토와 논의도 진행했다.
다만 올해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멈추면서 보험업계가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다수 보험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매입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보험연구원이 실시한 CEO 대상 설문조사에서 보험사 CEO 중 94.6%는 보험계약 재매입 제도 등 사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시급하다고 답한 CEO가 8명,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답한 CEO가 27명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재매입 제도 도입시 효율적인 부채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과거 고이율 확정금리 계약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는 향후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보험부채 규모가 급증할 개연이 큰데, 이 경우 재매입을 통해 부채를 청산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재매입 제도는 보험해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산을 보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반적인 해지에선 보험료 납입 기간에 따라 해지환급금이 달라진다. 납입한 기간이 짧을 경우 원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때 재매입을 활용할 수 있다면 낸 보험료에 웃돈을 받고 해지해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
업계는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주도로 발족된 '보험개혁회의'서 보험계약 재매입 제도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른 현안들에 밀리며 현재 중단된 상태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보험개혁회의가 업계 전반적인 과제를 도출하고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다시 한번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부채 구조조정 수단으로 보험계약 재매입과 계약이전 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다. 계약이전은 보험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회사로 이전하는 것으로 사업양도나 매각, 리스크 관리를 위해 활용된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