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수주전이 정치권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광역시와 한화오션 사업장이 자리잡은 경남 거제시간에 정치권이 갈라져 지원 사격을 결의하는가 하면 군사 기밀 불법 취득과 관련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방사청은 올 연말에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입찰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t)급 미니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KDDX 개념설계는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행했다.
양사 뿐만 아니라 양사 조선소가 위치한 지역사회에서도 KDDX 사업 수주를 염원하고 있다. 일감 확보를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KDDX를 발판삼아 방산 수출 기업으로 도약하면 더 큰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울산시에 따르면 최근 김두겸 시장과 22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모여 HD현대중공업의 KDDX 선도함 사업 연속 수주 지원에 뜻을 모았다.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관련 자료 제출, 시설 투자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경쟁입찰로 수행업체가 바뀌면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KDDX 사업을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도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거제시 정치권은 한화오션의 KDDX 사업 수주 지원와 관련한 직접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KDDX 사업 수주 지원과 관련한 일정 등은 아직 계획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역 정치권 등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군사 기밀 불법 취득 관련 수사를 촉구하고 방산 카르텔 척결을 주장하며 간접적으로 한화오션을 지원사격 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월 성명서를 통해 방사청의 HD현대중공업의 향후 입찰 참가 자격 유지 '행정지도' 결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방산카르텔이 관행적이고 은밀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거제상공회의소도 지난달 “수년간 HD현대중공업은 불법취득한 군사기밀을 활용해 함정 입찰에 참여하는 등의 부정한 경쟁 행위로 대우조선해양과 거제·경남 지역경제에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KDDX 입찰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방사청이 KDDX 입찰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면서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면 피로도도 높아지고 자칫 국가방위 경쟁력 확보에도 악영향을 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