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팬클럽 'Army', 임영웅 팬카페 '영웅시대' 등은 스타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연대감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다. 과거 오빠부대로 칭했던 열성적인 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등장에 따라 디지털 콘텐츠 소비력이 강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팬덤현상을 만들었다. 이제는 세대를 불문하고 팬덤문화로 확장되는 추세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스포츠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팬덤현상이 기업과 공공기관의 영역에서도 점차 확대되어 단순한 추종자가 아닌 제품과 정책을 소비하고 공감하는 정도를 넘어 제품과 정책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기업(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코카콜라나 할리데이비슨, 테슬라 같은 기업의 성공요인이 팬덤에 기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고의 팬 모임이 '어른들의 판타지'는 레고 관련 다양한 제품과 창작물을 공유하면서 전세계 소비자 연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고객의 자발적인 마케터로서 활동하고 있다.
국내는 아직 기업(관) 팬덤현상을 언급하기에는 다소 이르다. 현재 기업의 경우 서포터즈, 기자단, 각종 체험단, 모니터링단, 프렌즈, 대학생 패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에 우호적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제품 런칭 및 마케팅 활동을 돕는 기업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고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대학생 서포터즈(갤대서)를 매년 운영하면서 스마트폰 제품을 사랑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제품 체험 후기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대학생 서포터즈를 모집하여 신상품 리뷰 콘텐츠제작, 숏폼 영상제작, Z세대 트랜드 조사, 신상품 개발 아이디어 등의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구매와 사용경험을 통해 만족감과 친밀감을 확산하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자발적인 팬덤 형성을 위해 서포터즈를 느슨한 일회성 조력자 역할에서 벗어나 팬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형성된 팬(마니아층)에 대한 배려와 지원으로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 서포터즈를 모집을 일회성의 단기간 제품이나 정책에 대한 홍보 도우미가 아닌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강한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포터즈 등으로 참여한 강한 로열티는 팬덤의 시작점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기업(관)의 경영과 정책, 그리고 제품과 정책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콘텐츠 생산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LG전자의 'LG틔운 카페'의 활동이 서포터즈 공간에서 팬덤으로 발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카페는 LG전자가 출시한 식물을 쉽게 키우는 나만의 정원 컨셉의 'LG틔운 미니' 제품의 찐팬인 식집사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서포터즈 공간이다. 이 공간에는 회원 수 12000명이 넘는 팬들이 모여 '틔우너' 제품을 통해 키워지는 반려식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21년부터 'F·U·N(First:최고의, Unique:차별화된, New:세상에 없던) 고객경험'을 발굴하기 위해 홈브루, 그램, 틔운, 올레드 게이밍, 스탠바이미 등 12개 제품군에서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제품 경쟁력을 제고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해 '찐팬'을 확보함으로써 고객경험의 혁신을 이어간다는 LG전자의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LG전자는 서포터즈 공간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틔운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 사내독립기업(CIC) 스프라우트 컴퍼니 직원들은 이곳에서 틔우너와 열렬히 소통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 카페 성장을 지원해 나가고 있다. 스타의 팬관리와 같이 기업도 연결된 팬들을 지속 관리해 나가는 활동이 팬덤 형성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LG전자는 틔우너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직 출시되지 않은 씨앗키트를 사전에 함께 키워보는 '가틔' 이벤트가 있다. 실제 채송화, 딜, 오팔바질, 가자니아 등 신규 씨앗키트가 가틔를 통해 검증을 거친 후 출시되는 효과를 보았다. 씨앗 키트에도 틔우너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깻잎 값이 오르자 '깻잎 키트'를 원하는 카페 글을 보고 준비하던 씨앗 키트의 출시 시기를 앞당겼다. 또 '나만의 씨앗'을 키우고 싶다는 의견을 적극 반영해 '틔운 미니용 나만의 키트 패키지'를 정식 출시하기도 했다. 충성도 높은 팬들의 참여와 공유를 통해 집단지성이 발휘되고 브랜드 매출에도 기여하는 팬덤마케팅의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또 LG전자는 출시된 제품을 통해 팬덤 형성은 물론, ESG경영 일환으로 아동복지전문기관인 초록우산과 함께 '아이들의 미래를 틔워주세요'란 캠페인을 통해 아동후원에 대한 정기후원시 'LG틔운 미니' 제품을 전달하고 있다.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면서 사회공헌에도 기여하는 일거양득의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서포터즈 활용은 정책이나 프로그램의 홍보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 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공공기관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 및 프로그램을 홍보하고자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서포터즈는 정부의 정책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며,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정책의 내용을 홍보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환경보호와 각종 공연, 전시회, 지역 축제 등에 대한 서포터즈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고려할 것은 많은 기업(관)이 SNS 도입 초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MZ세대의 의견 반영과 우수인재 확보 등의 이유 등으로 대학생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더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일부 계층 중심의 서포터즈의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기업(관)의 마니아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커뮤니티가 팬덤을 형성하고 지속가능한 소통활동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시의 서포터즈 기자단 활동이 좋은 사례이다. 서울시는 대학생만이 아닌 20대에서 80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1600여명의 시민기자단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 및 정책을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실행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서울시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토론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민플랫폼은 시민참여형 정책 수립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서포터즈들이 활발히 참여하여 서울시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어 성공적인 모델이라는 평이다
서울시민기자는 △취재기자 △사진 △영상기자로 나뉘어, 서울시 정책·행사·시설 등을 경험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 〈내 손안에 서울〉 뉴스룸에 발행된다. 서울시 온라인 뉴스룸 '내 손안에 서울'은 달라지는 정책과 놓쳐서는 안 되는 혜택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서울 정보를 모아 매일 아침 85만 구독자에게 소식지(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있다.
연예계 등의 팬덤 문화는 자발성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로 응집력과 충성도가 높다. 따라서 스타의 경우 형성된 팬카페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애정을 가지고 지원해 나가면서 스타와 팬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에 기업의 팬덤문화는 특정 제품, 자동차 브랜드 동호회처럼 자발적인 커뮤니티도 있지만 대부분 기업의 선한 영향력 또는 팬덤 유도용 커뮤니티의 장을 제공하면서 약하게 연결돼 있다. 강한 연결의 팬덤화를 위해서는 서포터즈 등 우호고객을 우선 모으고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충성도 있는 팬들의 집단지성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