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전자제품의 재활용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미래세대는 현재 세대가 누려온 혜택의 후유증을 온전히 떠안아야 할 판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는 단어는 이제 기업경영의 필수가 됐다. 전기·전자제품 제조사는 재활용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대비를 미루면 미룰수록 그 후유증은 커진다는 우려와 학습효과에서 온 결과다. 제조사가 직접 회수 및 재활용을 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공제조합과 공동으로 회수 및 재활용을 이행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환경부 인가 비영리 공익법인 E-순환거버넌스(이사장 정덕기)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폐전자제품의 회수와 재활용 활동을 하고 있다. E-순환거버넌스는 1500여개 회원사의 제품을 전국 50개 수집소로 인계해 친환경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E-순환거버넌스는 자원의 재활용과 효율적인 생산 과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혁신 제품을 선별하는 'E-순환우수제품' 인증사업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한다.
E-순환우수제품은 기업의 제품개발과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요소로 자리 잡는다. E-순환거버넌스가 시행하는 E-순환우수제품 인증에 대해 들여다본다.
'E-순환우수제품' 평가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전자제품의 자원순환성 관련 지표를 평가하고 일정기준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 자원순환성이 확보된 제품으로 인정해주는 민간 인증제도다.
그동안 다른 제품인증제도는 최소한의 기준 충족 여부 또는 전과정평가(환경성분석)에 의한 결과에 의존적이었다. 또 인증제품에 대한 소비자 홍보, 제조사에 대한 ESG 성과 지원활동 등이 부재한 실정이다. 하지만 E-순환우수제품은 재활용(해체·분해)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제품 평가에 직접 참여해 자원순환 관점에서 적격성을 판단해 제품 재활용 단계에서 ESG 성과를 지원한다.
전기·전자제품 제조·수입 및 판매사는 제품 사용 단계뿐만 아니라 재활용 단계도 가치사슬(Value Chain)에 포함돼 기업 ESG 평가대상이 된다. 특히 제품 폐기 단계에서 재활용은 다양한 부가적인 활동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재활용을 통해 재생 가능한 자원의 생산을 촉진하고 잔류냉매 대기 방출을 예방하며, 원료 물질 채굴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자원보전과 온실가스 감축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기업 ESG 평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기업 ESG 평가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폐기물 재활용을 추진하고 환경 관리를 실천하면, 그 기업은 환경보호와 자원 효율성 증대를 위한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의 ESG 평가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난해 삼성전자, LG전자, 쿠쿠홈시스 등 기업이 참여해 115개 모델이 'E-순환우수제품' 인증을 취득했다. 인증 제품은 대외적으로 환경적 가치를 인정받아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거두며 정착해 나가고 있다.
제조사별 인증 현황을 살펴보면 △LG전자-TV 2개·공기청정기 18개·청소기 2개·냉장고 46개 등 총 68개 모델 △삼성전자-TV 5개 모델 △쿠쿠홈시스-공기청정기 42개 모델 등이다.
지난해 선정된 E-순환우수제품은 유해 물질(난연제 사용량 감소 등) 및 저해물질(오존층 파괴물질 등)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폐기 시 재활용 효율(가능률) 및 재질 단순화 등에서 성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됐다.
E-순환우수제품 인증은 환경친화적인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촉진하고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유럽 에코디자인 규정, 미국 EPEAT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폐전기·전자제품 자원순환성 평가 방법을 국내 실정에 맞게 개선해 인증기준을 개발했다.
올해는 전기·전자제품 업계, 재활용·자원순환 전문가 및 시민단체의 참여를 통해 인증기준을 고도화해 인증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더욱 정확한 평가 결과를 도출하고, 소비자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증기준은 △사용 물질 저감(재활용 원료 함유율) △환경 영향 요소 저감(유해 물질 저감·저해물질 저감) △재활용 용이성(재활용 가능률·재질 단순화·재질 표기·플라스틱 재활용 용이성) △해체 용이성(분해 용이성·선별 용이성) △회수 및 재활용 책임(재활용 사업자를 위한 정보 제공·소비자를 위한 정보 제공) 등 총 11가지로 구분한다.
E-순환우수제품 인증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제품인증기관 요구사항인 'KS Q ISO/IEC 17065' 체계 구축을 완료했고, 공평성보장위원회와 인증심의위원회를 통해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한다. 공평성보장위원회는 적합성평가 전문가, 학계, 언론 및 시민단체 등이 인증 절차, 문서 개정 등 공평성과 관련된 내용을 의결하고, 인증심의위원회는 제품인증 전문가, 재활용 전문가 등이 인증제품 선정 여부를 심의해 제품의 적격성을 판단하고 인증을 부여한다. E-순환우수제품의 인증 유효기간은 3년이다.
E-순환우수제품으로 선정되면 기업은 인증마크를 활용해 친환경성·자원순환성이 우수한 제품으로 홍보할 수 있다. E-순환거버넌스는 기업의 경제적·환경적 가치 창출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증제품의 홍보를 지원한다.
또 전자제품 제조사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재질·구조개선평가서('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제10조 관련) 작성을 지원해 기업 인력 및 비용 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
인증제품에는 인증마크와 함께 재생 원료 사용 비율도 표시할 수 있다. 인증기준 중 '재활용 원료 함유율' 평가 결과를 활용, 제품 내 포함된 재생 플라스틱 비율을 표기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E-순환우수제품 인증은 제조 과정에서 재생 원료 사용을 유도해 자원 소비를 최소화하고, 폐기 과정에서 재활용 가능 자원을 확보해 물질의 수명주기를 연장한다. 또 폐기물 감량 및 회수·재활용에 대한 노력을 강화해 효율적인 자원 이용을 도모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경제적 가치 창출과 동시에 환경적 가치 창출을 실현하고, 사회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2022년 친환경제품 및 정책 국민인지도 조사 결과보고서(2022년 1월 2일)'를 살펴보면 소비자는 '지구 환경오염 감소(31.9%)'와 '자원순환성 향상(24.4%)'을 본인이 생각하는 친환경의 의미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뽑았다. 이 조사 결과를 통해 소비자도 폐기물 감소와 자원순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순환우수제품은 이런 소비자 관심 요소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해 인증을 부여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친환경 소비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E-순환거버넌스 관계자는 “E-순환우수제품 인증은 폐전기·전자제품의 자원순환성에 대해 평가하는 인증으로 자원 사용을 최소화하는 자원순환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인증”이라며 “자원순환성이 우수한 친환경 전기·전자제품에 '인증'을 부여하는 만큼 기업은 친환경 이미지를 확보해 소비자 및 이해관계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