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 〈44〉틱톡 금지법 반발의 이름, 문화

Photo Image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미국 의회에서 20일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가 미국 내 사업을 1년 이내에 미국 기업에게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날 본 회의에서 바이트댄스가 270일 안에 미국 내 틱톡 서비스를 매각하도록 규정한 법안을 찬성 360표, 반대 58표로 통과시켰다고 한다. 틱톡은 시한 안에 매각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기에 이 법안은 사실상 틱톡 금지법이라며 반발했다.

그동안 미 정치권과 정보기관 사이에서는 미국 내 틱톡 사용자 정보를 중국 정부가 확인할 수 있음으로써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리고 이에 대해 틱톡은 1억7000만명으로 추정되는 미국 사용자에게 알림을 보내 의회에 항의해 줄 것을 요청함으로 대응해왔다. 이 알림에는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의원의 번호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후 분당 20통에 달하는 전화가 걸려와 일부 의원 사무실에서는 일시적으로 전화선을 폐쇄하기도 했다고 한다.

국가 보안을 위한다는 명분이 제시되었음에도 많은 미국인들이 이처럼 자발적으로 틱톡의 금지 여부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틱톡이 이미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되었음을 드러낸 증거이자 한 사회 내 문화적 중요성과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임을 의미한다.

뉴욕타임스는 18일 기사를 통해 이 하나의 앱이 미국 문화를 바꾼 19가지 방식에 대해 19개의 틱톡 관련 기사를 추려 소개했다. 할리우드의 영화 마케팅 방식 변화, 음모론자들의 콘텐츠 부흥, 수업 시간에 자주 사라지는 10대 틱톡커들의 억지책으로서의 화장실 거울 없애기 등 사회 전반 곳곳의 크고 작은 문화적 변화들에 틱톡이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틱톡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도와 선호도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평범한 동영상이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얻게 한다. 덕분에 짧은 기간 동안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사로 유명해진 이른바 '마이크로 셀러브리티'라는 새로운 유형의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냈다. 또한 틱톡에서 시작된 노래가 인기 차트를 장악하며, 바이럴을 위한 챌린지 영상을 반드시 찍어야 한다는 음악 산업 전반의 성공 공식도 바꿨다. 얼마 전 테일러 스위프트는 적은 로열티 지급으로 유니버설 뮤직 그룹과의 계약이 종료된 틱톡에 신곡을 포스팅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틱톡의 빠른 콘텐츠 주기와 알고리즘이 미국 사회 내 트렌드 사이클을 가속화하고 미국 문화의 흐름을 바꿔 놓았기에 가능한 변화다.

사실상 미국 의회의 틱톡 강제 매각 법안은 이 같은 문화적 점령의 관점에서는 이미 실패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문화 침공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로마 제국은 군사적 정복과 함께 로마로부터의 법, 기술, 인프라를 도입해 현지 문화를 바꿨고, 나치 독일은 문화유산을 파괴하여 지역의 역사와 개인의 정체성을 지우려 했다.

문화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틱톡 금지와 관련된 법안의 강행은 미국 의회의 기대와 달리 결과적으로 큰 소득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틱톡은 미국의 음악,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정치,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 역할을 플랫폼 안으로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그로 인해 틱톡 금지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든 팻말에는 keep, grow, business, life, change와 같은 삶의 유지와 번영을 연상시키는 단어들로 채워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틱톡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미국인들에게 던져야 했다.

국내에도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 대상의 규제를 추진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이들 서비스들이 사용자들의 일상생활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점을 고려할 때 규제 구체화 시 기업 중심의 관점과 더불어 문화적 영향력에 대해서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20세기 위대한 인류학자로 불리는 마거릿 미드는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사회적 변화와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 표현했다. 이번 틱톡 금지 법안에 대한 논쟁은 한국에서도 플랫폼과 문화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