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울산 LFP 라인에 中 항커커지 장비 채택 유력

삼성SDI가 울산사업장에 구축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라인에 중국 장비 도입을 추진해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울산 LFP 공장 활성화 공정 장비사로 항커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 파일럿 라인에 항커 장비를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으로, 항커는 상반기 중 데모 장비를 선적해 삼성SDI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로 알려졌다.

파일럿 라인은 배터리를 시험적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여기서 배터리 품질이나 생산성 등이 검증되면 본격적인 양산 라인 투자가 이뤄지게 된다. 항커 장비가 파일럿 라인에 활용된다는 건 내년에 건설하는 양산 라인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공정 장비에 주로 국산 제품을 사용해왔다. 충·방전을 반복해 이차전지에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활성화 공정 장비는 그간 주로 원익피앤이와 갑진 설비를 채택했다. 항커 장비는 삼성SDI 중국 톈진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일부 활용된 적 있지만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삼성SDI는 LFP 배터리라는 특수성과 가격경쟁력을 고려해 항커 장비 채택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LFP 배터리 양산 경험이 많은 만큼 이 장비를 만들어본 중국 회사의 제품을 쓰려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가 대부분 LFP인 만큼 중국 장비사 기술력이 뛰어나다”며 “장비 단가도 국내 기업보다 낮기 때문에 LFP 배터리에서 중국 장비사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당초 중국 헝이능(HIN)의 활성화 공정 장비 도입을 검토했고 선도지능(우시리드인텔리전트) 자회사인 타이탄도 후보군으로 뒀지만 항커가 최종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항커 역시 삼성SDI 수주를 따내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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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삼성SDI 사장(왼쪽)과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1월 24일 울산시청에서 '산업단지 개발 및 배터리 관련 생산공장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울산시)

삼성SDI의 ESS용 LFP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은 오는 2026년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최근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울산 공장이 LFP용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북미에도 LFP 공장을 추가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SS와 중저가 전기차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LFP 배터리 시장에 적극 대응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항커 장비 도입을 넘어 확대 가능성에도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항커 입지가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삼성SDI 이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LFP 배터리 양산 계획을 공식화한 만큼 항커는 공급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항커는 SK온과 포드가 북미에 설립한 배터리 합작법인(JV) 블루오벌SK에도 활성화 공정 장비를 공급한 바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 장비 도입 여부에 대해 “LFP 투자는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며 “배터리 장비를 어떤 업체가 공급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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