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43〉소리의 질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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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지난 수요일 텍스트 프롬프트를 통해 음악을 만들고 보컬부터 가사까지의 요소마저 추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음악 생성 서비스 유디오(Udio)가 공개 출시됐다. 수개월간의 비공개 베타서비스를 거친 해당 서비스는 전 구글 딥마인드 직원들이 모인 팀의 결과물로 뮤지션 윌 아이 엠(will.i.am)과 커먼(Common) 등 저명한 투자자 및 유명 인사로부터 1000만달러의 시드 펀딩을 유치해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유디오팀의 지원을 받아 미리 사용해 본 리뷰어들이 공통적으로 라이브 공연과 같은 현장감, 보컬 하모니 등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AI 생성 음악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음악 제작의 간소화를 통해 누구나 작곡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줌으로써 앞으로의 음악 제작 및 소비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기사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발전은 기술이 창의적 표현을 민주화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적 창작 도구에 접근할 수 있게 하려는 AI 관련 트렌드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예시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성과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로부터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고려해야 할 질문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도구가 인간 창 작자가 작품에 불어넣는 복잡한 의미와 감정의 깊이를 재현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앞으로의 창작 산업에 있어 피할 수 없는 AI의 잠재력과 한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질문이다.

음악가 하인바흐(HAINBACH)는 유튜브 콘텐츠 How Textures Tell a Story를 통해 한적한 공원과 풀과 나무가 가득한 자연 속으로 이동하며 자신이 서 있는 장소에 따라 이 통제 불가능한 전자음들이 청자에게 어떻게 다른 의미와 이야기로 경험되는지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그에게 있어 Lyra-8은 소리의 감각적, 문화적 배경에 맞춰 그에 맞는 독특한 내러티브를 구현하는 악기다. 제조사인 소마(Soma)는 Lyra-8을 '유기적' 신디사이저로 묘사하는데, 기존의 키보드 레이아웃을 따르지 않고 터치 감도, 습도, 온도 등 사용자의 신체적 특성과 상호 작용해 반응하는 정전식 터치 표면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더욱 친밀하고 신체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상호 작용의 깊이를 높이고 사운드를 만드는 경험을 매우 개인적이고 탐구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는 곧 AI가 아직 설득력 있게 재현하지 못하는 풍부하고 다차원적인 음향 경험의 세계를 드러내는 예시라 할 수 있다.

이미 세상은 핑, 삐 소리, 음악 스니펫으로 넘쳐난다. 깊이나 맥락적 연관성이 부족한 소리로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모니터나 디바이스 화면 안에서 포화 상태인데 이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AI 음악 생성 서비스가 출시된 소식은 그래서 흥미로운 동시에 우려스럽다. 본질적으로 유디오와 같은 AI 기술은 인간의 음악적 능력을 모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뒷받침하는 복잡한 감정적, 문화적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문화 인류학자인 마이클 파웰은 논문 The Sound of Friction을 통해 인간의 경험과 문화적 교감 요소를 이해하기 위해서 '경청'이 매우 효과적인 기술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의 연구 내용에서 앞으로의 AI 생성 음악 서비스를 제작하는 기업들이 고려해 볼 만한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화형 피드백 루프가 적절할 수 있다. 민족지학적 인터뷰의 반복적인 과정을 적용해 텍스트의 기본 입력에 대응해 AI가 후속 질문을 하거나 사용자의 초기 반응을 반영해 생성되는 음악을 다듬고 조정하는 시스템의 통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둘째, 기본 입력되는 텍스트에 녹아있는 감정적 어조나 레퍼런스와 연결된 문화적 질감을 고려한 미묘한 분석에까지 다가가 개인화된 결과물 제공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셋째, 민족지학자가 조사가 진행될수록 더 깊은 인사이트에 다가가는 것처럼 AI 시스템이 사용자 선호도와 문화적 뉘앙스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수 있도록 대화 히스토리 역할의 확장 설계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유디오와 같은 AI는 음악 창작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어 중요한 도약을 의미한다. 하지만, 창의성의 본질과 음악이 제공할 수 있는 미묘한 인간 경험과의 연결성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는가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기도 한다. 기술과 전통, 혁신과 깊이 사이의 이러한 대화는 디지털 시대 음악의 미래 궤적을 정의할 것이다. 때문에 소리가 만들어지는 방식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소리가 어떻게 인식되고 가치 있게 여겨지는지를 고려하는 건 언젠가 '인간 창작물'이 고가의 라벨이 되는 시대를 조금이나마 느리게 만날 수 있는 최선이라 할 수도 있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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