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랫폼 산업, 규제보다 상생 통한 육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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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겸 한국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회장

법률, 세무, 의료, 모빌리티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혁신 서비스가 계속 출현하고 있지만,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을 가로막는 규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막는 문제로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규제는 신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검증 과정이지만 해답이 될 수 없다. 새로운 산업이 시장에 완전히 보급되기 전까지는 수많은 절차와 문제점을 거치며 보완점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보완책을 마련하는 단계 이전에 산업 내 갈등을 사전 규제로만 해결하는 것은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는 규제로 인해 혁신이 막혀버린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강남언니는 기존 업계와의 규제 갈등을 해결하고 상생하는 모델을 제시한 긍정적인 사례다.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이 심화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 육성이 필요한 신산업 영역으로 '강남언니' 등 의료 플랫폼을 꼽았다. 의료소비자 이용후기 허용 범위를 만들었다.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의료정보 플랫폼의 성장을 촉진하고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했다. 소비자와 의료기관 간 정보비대칭이 해소되고 있다. 의료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퍼스널모빌리티(PM) 산업 또한 규제가 성장에 제약을 가하는 핵심 요인이다. PM은 버스와 지하철만으로는 이동하기 어려운 거리를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도심과 수도권 외 지방 지역에서도 교통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잡았다. 2023년 상반기 기준 상위 8개 공유 PM 앱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약 1868만건으로, 전년 동기(1371만 건) 대비 약 36% 이상 증가해 그 효용성과 가치가 이미 입증됐다.

현재 PM 산업은 여러 규제에 의해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서울시의 경우 전동킥보드 견인 제도를 시행, 2021년 7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약 13만대의 견인을 집행했다. 견인업체가 거둔 견인료와 보관료는 94억원에 달했다. 또 현행 도로교통법 제35조에 따르면 불법 주정차 차량은 경찰과 지정된 공무원만이 주차위반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서울시는 이를 견인업체에게 일임해 불법 견인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견인이라는 규제보다 상생을 대안으로 찾았다. 노인인력개발원, PM업계와 함께 '시니어 PM 안전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 해소 및 안전한 주행 환경 조성에 기여했다. 동시에 시니어 세대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당진시는 사용자 의식개선을 우선적으로 안전대책 마련과 이용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청주시 역시 '개인형 이동장치 전용 주차장'을 설치해 누구든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지정된 주차장에 주차하면 앱을 통해 포인트를 얻고, 포인트는 지역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등 상생의 대안을 찾고 있다.

신사업에 대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면서도 소비자와 사회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며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상생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 규제는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고 안정화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규제 자체가 우선시될 순 없다. 산업의 진흥에 초점을 맞출 때, 신산업 또한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한국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pskim@daeli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