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생각 속에 담긴 감정을 읽어내는 예측 모델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의 우충완 부연구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 패턴을 측정한 데이터 기반 머신러닝을 활용, 생각의 자기 관련도와 정서 상태를 읽어냈다고 밝혔다.
생각의 흐름은 대부분 자신과 관련되고 감정이 담긴 경우가 많다. 인간은 정보 중요성을 판단할 때 본인과 얼마나 관련 있는지(자기 관련도), 본인에게 긍정·부정적인지(긍·부정 정서)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는 개인의 성격, 인지 특성, 정신 건강 등을 알려주는 중요 지표다. 하지만 의식의 제약 없이 발생해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 내용이 바뀔 수 있어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무의식적 사고와 가장 유사한 형태인 개인 맞춤형 이야기 자극을 만들었다.
실험 자극은 참가자와 진행한 일대일 인터뷰 내용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인터뷰는 안전·즐거움 등 긍정적인 주제와 위험·통증 등 부정적인 주제로 진행됐다. 이야기는 대부분 본인 경험 및 그와 관련된 감정으로 구성돼 읽을 때 무의식적 사고와 가장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참가자가 fMRI 기기 안에서 본인 이야기를 읽는 동안 뇌 활동 패턴을 기록했다. 이후 참가자는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순간순간 자신이 느끼는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를 보고했다.
이렇게 수집한 49명의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 점수를 분포도에 따라 각각 다섯 개의 수준으로 분류했다. 이때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 간 상관관계를 최대한 통제하고 독립적으로 예측하고자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한 25개 조합으로 데이터를 정량화했다.
연구팀은 각 수준에 해당하는 뇌 활동 패턴을 머신러닝으로 학습시킨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이는 새로운 뇌의 활동 패턴을 대입했을 때도 그 사람이 매 순간 느끼는 자기 관련도와 긍·부정 정서를 성공적으로 예측했다.
더 나아가 외부 자극 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동안 수집된 약 200명의 뇌 활동 패턴에서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두 가지를 읽어냈다.
우충완 부연구단장은 “뇌에서 생각을 읽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지만, 생각에 담긴 내밀한 감정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생각과 감정의 개인차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일으키는 생각과 감정의 패턴 파악을 도와 향후 인간의 정신 건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온라인판에 3월 28일 실렸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