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선 심사위원장(블라이스 파트장)=SF/판타지 장르를 웹소설로 풀어 내는 것이 다소 어려운 집필이 될 수 있음에도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담아줘 심사하는 동안 즐거움을 느꼈다.
'우주기사 3077'은 배경을 우주로 잡고, 그 안에 기사라는 직업의 메리트와 능력을 잘 녹여 매력적으로 느껴진 작품이다. 작가의 필력 자체가 준수하고, 웹소설 독자가 선호하는 집필 방식으로 지루하지 않게 읽혔다. 또 내용 전개나 능력 표현에 있어 작가만의 흡입력을 보여줘 생소한 소재에 비해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물의 정령왕을 전기분해 해 버렸다'는 남성향 판타지에선 다소 다루기 어려운 '여자 주인공'을 선택한 작품으로 주인공의 시원시원한 성격이 매력적이었다. 정령왕을 전기분해 해버렸다는 제목과도 같이 화학, 과학적 요소를 판타지 세계에 접목해 신박한 전개를 탄생시켰다. 다소 괴팍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작품의 매력은 확실히 갖춘 작품이다.
'회귀자가 재난에서 살아남기'나 '두번 사는 만화가' 등은 SF 소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내부 소재로 잘 녹여낸 작품들로 작가의 필력이나 웹소설 흐름에 맞는 전개가 독자를 빨아들이기에도 충분한 작품이었다.
◇김휘 PD=이순신이 3077년의 대한민국으로 타임 리프한다면 어떨까? '우주기사 3077'은 이러한 호기심을 중세기사 주인공으로 재치있게 풀어낸 사이버펑크 웹소설이다.
사이버펑크는 20세기에 주목받기 시작한 SF의 한 장르로서, 고도화된 인류 문명과 어두운 사회 분위기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비판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첨단과학에 대한 설계가 관건인 만큼, 자칫 독자 입장에서 까다로울 수 있는 소재임에도 작품은 웹소설에 걸맞은 간결한 문장과 높은 가독성으로 진입 장벽을 한껏 낮췄다.
'물의 정령왕을 전기분해 해 버렸다' 역시 원소와 정령이라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버무렸다. 이처럼 수상작들 전반적으로 웹소설 시장에서 통용되는 코드와 SF 장치를 재치 있게 풀어낸 것이 인상 깊다.
SF/판타지 공모전 목적성과 시장성 모두 사로잡은 작품들인 만큼,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윤태로 PD=이번 공모전은 많은 작가가 참여해 SF의 장르적 문법과 상업성 사이 치열한 고민을 보여줘 뜻깊었다. SF 관련 소재를 상업 웹소설로 녹이려 시도한 다양한 도전들이 엿보였다는 점에서, 공모전이 그만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대상 작품인 '우주기사 3077'은 유니크한 재능을 가진 정통판타지 기사가 펼치는 스페이스 오페라 SF 판타지를 은은한 필체로 녹인 점이 인상 깊었다. 배경이 우주로 넓어졌을 뿐 스페이스 오페라는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중세 판타지 세계의 확장이라는 인상이 강한 편이다.
'물의 정령왕을 전기분해 해 버렸다'의 경우 상당히 도전적인 이과계 소재의 판타지였다. 발칙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가 돋보였다. 그 외에도 AI, 펑크류 작품들과 냉동인간, 무한회귀 등 SF 안팎을 넘나들며 웹소설과 교집합을 찾아낸 많은 작가의 시도가 있었다.
공모전이 작가들과 블라이스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어 영광이었으며, 블라이스에 연재해준 모든 작가의 노고에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한다.
◇유동엽 PD=재능있는 작가들이 많이 참여해 우열을 가리기가 유난히 힘들었던 공모전이었다. SF적인 요소를 활용하면서 웹소설 재미까지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것을 훌륭하게 해낸 작가들이 있어 심사가 더 어려웠다.
대상 작품인 '우주기사 3077'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전개 속에서 SF 세계관과 정통판타지를 절묘하게 혼합해, 이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사이버펑크의 괴생명체'는 SF 세계관과 크리처물 분위기를 적절히 뒤섞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물의 정령왕을 전기분해 해 버렸다' '냉동인간으로 이세계에서 살아남기'와 같이 SF 요소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자신만의 수준 높은 작품을 집필한 작가들도 있었다. 이외에도 SF 요소는 다소 부족하지만, 그 공백을 색다른 콘셉트와 소재로 채워 넣은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
심사하기 매우 어려웠지만 그만큼 뛰어난 재능이 있는 작가들과 훌륭한 작품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던 무척 유의미한 공모전이었다.
◇최원영 PD=전체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않았나 평하고 싶다. 비단 많은 작가가 공모전에 참가해 양질의 작품을 공모한 것을 넘어, SF 장르 또한 웹소설 시장에서 상업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 아닐까 싶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디테일한 세계관과 웹소설적 장치가 뛰어났던 '우주기사 3077', 원소를 활용한 톡톡 튀는 전개를 가져간 '물의 정령왕을 전기분해 해버렸다'가 대표적이다.
참가한 모든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앞으로의 빛나는 작가 활동을 한 걸음 멀리서 응원하고자 한다. 시린 겨울을 지나 따스한 봄이 찾아오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곧 여러분의 계절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