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오너가 간 갈등으로 제약업계 지배구조 리스크가 불거졌다. 이번 사태로 아직 내부 지분 정리나 승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제약사들이 어딘지 주목받고 있다.
GC녹십자그룹은 대표적인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체제다. 고 허영섭 선대 회장 일가와 그의 동생인 허일섭 회장 일가가 공동 경영한다. 녹십자그룹 경영권 후계 구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주도권 경쟁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GC녹십자는 지난달 28일 정기주총에서 허은철 대표를 재선임했다. 허 대표는 고 허영섭 전 회장 차남으로 2016년부터 GC녹십자 단독 대표를 맡아오고 있다. 허 대표 동생은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다.
2009년 고 허영섭 전 회장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녹십자 경영권을 허일섭 회장이 이어 받으며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허일섭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지분 11.58%를 보유하고 있다.
고 허 전 회장의 녹십자홀딩스 지분 12.37%는 부인, 허은철 대표, 허용준 대표, 관련 재단이 각각 나눠 받았다.
현재 후계 구도는 명확하지 않다. 허일섭 회장 장남인 허진성씨는 GC 전략기획부문 성장전략실장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차남 허진훈 씨는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
여기에 목암생명과학연구소(8.73%)와 미래나눔재단(4.38%), 목암과학장학재단(2.1%) 등 재단이 15.21% 보유하고 있다. 승계구도가 명확치 않아 만약 한미그룹같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 경영권 리스크가 부상할 가능성 높다.
제일약품을 소유하고 있는 제일파마홀딩스는 아직 한승수 회장에서 장차남으로 지분정리가 안 된 상태다. 제일약품 최대주주는 지분 49.25%를 보유한 지주사 제일파마홀딩스다. 한 회장이 제일파마홀딩스 지분 57.8%를 갖고 있다. 장남인 한상철 제일약품 사장은 제일파마홀딩스 9.7%, 제일약품 3% 지분을 가졌다. 차남인 제일약품 전무는 제일파마홀딩스 2.85%, 제일약품 0.61%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제약업계에는 70세를 훌쩍 넘긴 고령의 오너들이 유독 많았다. 오너가 70세 이상의 고령이 됐지만 후계 지분 구도가 정리되지 않아 분란이 일어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표적 회사가 바로 최근 분쟁이 있었던 한미약품이다.
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34.99%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생전 지분 정리를 하지 못했다. 당시 장남 임종윤 사장 지분은 3.65%, 둘째 임주현 한미약품 전무는 3.55%, 막내 임종훈 사장은 3.14%였다. 고 임 회장의 지분 상속 결과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11.65%, 자녀들은 각각 8%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누구도 뚜렷한 후계 구도를 갖지 못해 이번 사태가 터졌다.
광동제약 역시 지난 2013년 최수부 전 회장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인 최성원 부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의 회장님들이 계속 회사에 출퇴근하며 자녀에게 지분 정리를 안해주고 있어 자녀들도 눈치보며 난감한 상황”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항상 후계구도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