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직구 플랫폼, 산업 생태계 전반 위협…정책 실효성 확보해야”

Photo Image
중국 이커머스 공습, 소비자 및 소상공인 보호방안 토론회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렸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가 '중국 직구 플랫폼 급성장의 영향과 대응'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플랫폼 전문가들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의 직구 플랫폼으로 인해 국내 유통은 물론 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직구 플랫폼이 관세·부가세, KC인증 등 비용을 적용받지 않는 듯 제도적인 허점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토종 플랫폼 중심 정책 지원을 강화하면서 집행 실효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개최한 '중국 이커머스 공습, 소비자 및 소상공인 보호 방안' 세미나에서 “(중국 직구 플랫폼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플랫폼은 가격이나 카테고리가 겹치는 곳”이라면서 “물류업체도 공격적인 영업이 끝나면 압박을 받을 수 있고 광고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직구 플랫폼 공습은) 단순하게 유통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중국이 설비를 굉장히 급속하게 늘리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전략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직구 플랫폼으로 인해 유통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 직구플랫폼과 상품 카테고리가 크게 겹치지 않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정 교수는 “(장기적으로) 알리, 테무의 플랫폼 경쟁력이 강화되면 충분히 그 안에서 광고를 할 수 있다”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경쟁자를 키워주는 셈이 된다”고 꼬집었다.

중국 직구 플랫폼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급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센서 타워 스토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세계 이커머스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테무(1위), 쉬인(2위), 알리익스프레스(4위), 샤오홍슈(5위)가 차지했다.

정 교수는 “아마존이나 월마트가 테무와 매출의 경쟁자가 됐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는 이것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는) 산업 정책 차원에서 중국 플랫폼에 대해서 굉장히 경계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플랫폼과 법 전문가들 또한 중국 직구 플랫폼이 국내 사업자에 비해 규제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봤다. 인증과 관세 등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가격 경쟁력에서 훨씬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성됐다는 지적이다.

신순교 한극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정책국장은 “악세사리 같은 경우는 국내에서 6900원인데 알리에서는 328원에 판매 중”이라면서 “관세나 KC 인증 등 때문에 단가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지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은 내부에 소비자보호센터 등을 운영하는 것을 가격에 반영했다”면서 “중국 업체는 그런 비용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고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보호제도 구축, 국내 소상공인 셀러·중소제조사 역량 강화, 역직구 플랫폼 역량 강화 지원, 토종 플랫폼 중심 생태계 수성을 위한 지원 강화를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플랫폼을 규제하는 방식이 아닌 자생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정 교수는 “규제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경쟁이 되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플랫폼을 규제하면 당장 눈앞에 뭐가 나타나는데 더 이상은 그게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면서 “다른 방향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호 인기협 회장은 “섣부르게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그 피해는 오히려 소비자, 소상공인, 국내 기업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면서 “우선 정부 집행력의 실효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