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근로자가 기획부동산에 속아 어렵게 모은 돈을 잃었다. 알박기로 150배에 달하는 수십억원을 용역비 명목으로 뜯어낸 투기꾼도 등장했다. 기획부동산, 재개발 지역 내 알박기·무허가건물 투기로 서민 주거 안정 저해하는 탈세 행위가 난무하자 과세당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서민생활 피해를 야기하여 폭리를 취하면서 탈세행위까지 저지르는 부동산 거래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96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은퇴계층의 노후자금을 노리고 소액 투자를 유도하는 기획부동산 사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주거 낙후지역 재개발을 방해하는 알박기 투기 후 관련 세금을 탈루하는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2022년 10월 고령의 여성 일용근로자 A씨는 기획부동산 영업사원 B씨의 말만 믿고 토지를 수천만원에 지분 매입(6명 공동소유)했다. 그러나 다수가 지분으로 토지 소유 시 재산권 행사가 어려울 뿐 아니라 해당 토지는 하천부지로 개발가능성이 없어 수천만원을 잃게 됐다.
C씨는 2022년 11월 토지를 수천만원에 취득한 후 소유권을 시행사에 이전하지 않고 시간을 지연시킴에 따라 작년 4월 토지 양도금액 수억원에 더하여 용역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추가 수령했다. 그럼에도 해당 금액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개발 지역 내 무허가 건물 거래 시 등기가 되지 않는 점을 악용하거나 거래 과정에 부실법인·무자력자 등을 끼워 넣어 양도소득세를 탈루하는 행태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안덕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기획부동산의 경우 확정 전 보전 압류나 현금징수를 통해 조세채권을 조기에 확보하고 조세포탈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하게 조치하겠다”면서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하고 있는 기획부동산은 금융 조사를 통해 실소유주를 끝까지 추적하여 추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