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새로운 물성 연구에 성공했다.
KAIST는 안재욱 물리학과 교수팀이 클라우스 웰머 코펜하겐대 교수팀과 양자 시뮬레이션 수행 양자 컴퓨터 플랫폼인 리드버그 원자 양자 컴퓨터로 '양자 자성체의 극단적 특성' 구현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기존 '폰노이만식 전자컴퓨터'는 양자 물질 연구나 설계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양자 얽힘 등 효과로 계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양자물질 설계를 위해 물질 특성을 알아내려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양자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자성체 물질은 하드 디스크와 같은 전자제품을 비롯, 전력 발전 등에도 사용되는 현대 기술 핵심 요소다. 최근에는 양자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초저온에서 양자 자성체 특성 연구가 활발하다. 이런 연구는 차세대 초정밀 제어계측공학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적으로 모방한 양자계 특성을 연구하면 기존 양자계 특성을 알아낼 수 있는데, 유명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1983년 이런 양자 시뮬레이션을 제안한 바 있다.
양자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양자 자성체 연구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양자 물질 특성들을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성과까지 보였다. 현재 중요 이슈 중 하나는 극단적인 상황 속 양자 물질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양자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양자 컴퓨터 플랫폼으로는 리그버그 원자가 최근 가장 주목 받는다. 리드버그 원자는 매우 높은 에너지를 머금은 원자로, 지름이 일반 원자의 만 배 정도며 강력한(10의 24제곱) 상호작용을 한다.
안재욱 교수팀은 이런 리드버그 원자로 최대 156큐비트급 양자 컴퓨터 계산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 리드버그 원자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 양자 자성체를 설명하는 모형 중 하나인 하이젠베르크 모형을 모방·구현했다. 특히 이전과 다르게, 리드버그 원자의 강한 상호작용을 이용한 극단적 이방성 구현에 성공했다.
하이젠베르크 모형은 자성체 스핀 간 모든 방향의 상호작용을 가정한 모형으로, 대표적인 양자 자성체 모델이다.
안재욱 교수는 “이번 연구로 리드버그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새로운 양자 물성을 연구할 수 있음을 보였다”며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는 물성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강흔 KAIST 물리학과대학원생 연구원과 팬양 덴마크 오르후스대 박사후 연구원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피지컬 리뷰 X 2월 14권에 출판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재단과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