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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TRX 삼성 갤럭시역' 모습.

삼성전자가 이머징마켓인 아프리카·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다. 트랜션, 샤오미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제조사가 출하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삼성은 보급형 갤럭시A·M 등 중저가 제품뿐 아니라 S시리즈 등 플래그십 모델 라인업을 앞세워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10일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아프리카 시장 출하량은 1770만대로 전년 2020만대보다 약 12% 감소했다. 아프리카 시장 상위 5개 스마트폰 기업 중 유일한 역성장세다.

현지시장 절반을 점유한 중국 트랜션의 경우 출하량이 3450만대로 전년대비 8% 늘었다. 샤오미와 오포 등은 무려 50% 성장률을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바짝 뒤쫒는 형국이다. 삼성전자의 아프리카 시장 점유율은 2022년 31%에서 지난해 26%로 5%포인트(P) 줄었다.

동남아에서도 중국 업체 추격에 고전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삼성전자 동남아 시장 출하량은 23% 급감한 1820만대에 그쳤다. 올해 1월 들어 출하량은 작년 동월대비 11% 줄었다. 시장 점유율은 7%P 감소한 20%까지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샤오미와 트랜션 출하량은 각각 128%, 190% 급성장했다. 삼성전자를 바짝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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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 S24를 소개하는 모습

인구가 많고 경제성장률이 높은 신흥국 시장의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애플과 시장 점유율 경쟁을 펼쳐왔던 삼성전자 입장에서 중국 업체 추격을 뿌리치는 것이 급선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MWC24를 마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말레이시아를 직접 찾은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50개국을 총괄하는 삼성전자 아프리카 총괄본부가 있는 곳이다. 갤럭시A14, A04 등 보급형 제품을 앞세워 아프리카 물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노 사장은 지난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총괄본부를 직접 방문해 현지 사업 현황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전 말레이시아도 찾았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도 스마트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다 갤럭시의 최대 수요 국가로 꼽힌다. 동남아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지난 2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곳을 찾아 갤럭시S24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살피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머징마켓에서 중저가폰인 갤럭시A·M 시리즈뿐 아니라 갤럭시S24 등 플래그십 모델 판매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같은 신흥 시장이 하락세에서 벗어나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성장세를 이끌 것”이라며 “경제 발전에 따라 프리미엄폰 수요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