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대대적 사업 재편 필요”

제도 도입 8년차를 맞은 크라우드펀딩의 인기가 점차 사그라 들고 있다. 벤처투자 심리 위축으로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크게 좁아진 상황에서도 마땅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엄격한 운용 규제로 인해 기업과 투자자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정부 조차 제도 개선을 사실상 방치한 영향이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초기 투자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166억9721만원으로 크라우드펀딩이 가장 활성화됐던 2019년의 390억1214만원 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증권형 가운데서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주식 발행금액은 79억원으로 제도 도입 첫 해인 2016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올해 들어서는 단 1건의 발행 사례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8건의 크라우드펀딩 가운데서도 보통주 펀딩은 1건 뿐이다.

이달 초에는 라이센스 반납 사례까지 등장했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시장을 주도했던 두 회사가 사업을 정리했다.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과 함께 라이센스를 획득했던 와디즈파이낸스와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 업무 폐지를 결정했다. 와디즈파이낸스는 2016년부터 총 763건,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총 58건의 펀딩을 진행했다.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디, 펀딩포유, 이안프론티어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중개업자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창업·벤처기업이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간소한 방식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온라인에서 손쉽게 발행하기 위해 2016년 도입된 제도다. 비상장 창업·벤처기업의 경우 연간 30억 원까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투자유치가 어려운 창업기업의 초기 투자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정작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각종 제약으로 인해 투자자는 물론 기업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모집 한도가 30억 원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물론 개별 펀딩에 대한 광고 수단도 제한적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런 애로 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 발전 방안을 지난 2020년 발표했지만 진척은 전혀 없다. 발의된 법안은 상임위에 상정된 이후 제대로 된 논의 조차 거치지 못했다. 현 자본시장법상 크라우드펀딩 관련 조문은 2018년 이후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업계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공모펀드 관련 내용 등 여타 개정 사안과 하나로 개정안이 묶이면서 도입이 차일피일 밀려왔다”면서 “사실상 금융당국이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라이센스 반납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의 수요를 사실상 개인투자조합이 흡수해 버린 상황”이라면서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의 역할을 단순 발행 중개뿐만 아니라 성장지원까지 수행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 모델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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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주식 발행실적 (자료:크라우드넷)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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