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에 앞서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등지급이 허용된다. 지원금 차별 전면 폐지는 국회 법률 개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번호이동에 지원금을 더 많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통신 3사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말 생활규제 개혁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지원금 확대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방통위는 법률 개정은 여야 협의를 거쳐야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자체적으로 처리 가능한 시행령과 고시를 개정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이에 따라 단통법 시행령에 '지원금의 부당한 차별적 지급 유형 및 기준'(제3조)에 예외규정을 신설했다. 지원금 차별에 대한 예외로 '이통사의 기대수익과 이용자 전환비용 등을 고려해 방통위가 고시하는 가입유형에 따른 지급기준에 따라 이통사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를 지정했다.
기존 단통법은 시간·장소·가입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등 지급을 금지했다. 시행령 개정으로 정부가 허용하는 일정 범위 내에서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유형에 따른 차별을 일부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이통사가 번호이동에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잠금장치를 풀겠다는 의도다. 이통사 입장에서 번호이동은 자사 가입자 1명을 늘리는 동시에 경쟁사 1명을 줄이는 '+2' 효과를 낸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더 많은 지원금을 허용하면 경쟁이 활성화되고,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단통법 폐지를 위해 국회 협조가 필요한 만큼, 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간 마케팅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개정”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구체적인 차별지급허용 범위 등을 명시한 고시를 후속으로 개정할 계획이다. 하위 고시 개정까지 완료되면 이르면 상반기 가입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등 지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통신업계에서는 지원금 차등 지급이 허용된다하더라도, 이통사가 번호이동에 대해서만 지원금을 확대할지 장담하기만은 어렵다는 시각도 감지된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