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자체가 마(동석) 선배 특유의 재치를 닮은 듯 유쾌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애드리브 같았다” 배우 노정의가 마동석과 함께 한 '황야'의 행복감을 되새겼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황야'에서 열연한 노정의와 만났다.
'황야'는 무법천지 폐허를 살아가는 이들의 생존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로, 지난달 26일 넷플릭스 공개와 함께 1월22일주 글로벌 비영어권 영화 TOP10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노정의는 극 중 폐허 속 할머니와 서로 의지해 사는 소녀 한수나 역으로 분했다. 남산(마동석 분), 최지완(이준영 분) 등 사냥꾼 듀오와의 생존적인 신뢰와 할머니를 향한 애정, 홀로 양기수(이희준) 박사가 이끄는 봉사단의 아지트에 가게 된 이후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는 과정까지의 날카로운 경계감 등 감정표현들은 남산, 지완, 은호 등 액션케미와는 또 다른 작품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또 화려한 캐릭터감과는 또 다른 순수담백한 감정표현법은 첫 넷플릭스 작품이자 데뷔 최초 아포칼립스 도전작이라는 의의에 더해, 배우 노정의의 새로운 연기매력으로 다가왔다. 노정의는 인터뷰를 통해 '황야'와 함께 마주한 새로운 경험들을 이야기했다.
-'황야' 글로벌 인기 실감?
▲잠결에 마(동석) 선배가 보낸 문자를 받고 꿈인가 싶었다. 포털과 SNS를 찾아보고 현실임을 깨닫고 기뻤다. 많은 나라의 팬분들께서 보내주시는 DM(직접 메시지)과 함께, 첫 넷플릭스 작품으로서의 좋은 경험을 갖게 됐다.
-수나 캐스팅과정?
▲대본을 받았을 때 마 선배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좋아서, 미팅을 하고자 했다. 그렇게 만난 (허명행)감독님 또한 정말 좋으시더라.
전반적인 장면들을 해석하는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또 답해주시는 감독님의 따뜻한 배려에 함께 하고싶다고 생각했다.
-경계심과 순수함의 '수나'. 캐릭터 접근은 어떻게?
▲'단단하게 끌고가는 힘을 중점적으로 보여달라'라는 감독님의 말을 바탕으로 대본을 해석했다.
우선 스타일링 면에서는 건물 지하에 사는 사람들과는 달리, 건물 밖 천막에서 살아가는 소녀이기에 좀 밝은 비주얼 이미지를 보이려 했다.
또한 할머니와 서로 보살피고 지키는 수나인만큼, 남산이나 지완 등 오래도록 만나온 사람들 외에는 믿지 않는 '애어른'의 이미지를 확실히 강조하고자 했다.
-수나의 핵심장면인 교실신은 경계감에서 순수한 분노로 바뀌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해석했나?
▲말씀하셨듯 교실신은 자신들을 돕겠다 한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정말 도와주려는 게 맞는지, 경계하면서 쳐다보는 시선들이 수나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어른들에게 속아 이용당하는 학생들과 그 사이에서 경계하는 장면, 그 지점들을 연기하면서 조금 화나는 지점도 있긴 했다. 만약 그 지점에 현실적인 감각들이 묻어있다면 슬픈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디스토피아 액션 중심의 작품이니만큼, 액션 연기욕심도 났을 듯 한데?
▲실제 액션연기는 정말 멋있다. 대표적으로 은호(안지혜 분) 언니가 아파트 위에서 사람들과 격투하면서 몸이 자유자재로 유연하게 표현되는 지점들이 너무 멋졌다.
그 이후 요즘도 언니한테 반했다고 고백하는데 '왜 그래 정의야'라고 웃으며 답해주더라(웃음). 나도 더 성장해서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동석) 선배님께 말했더니 '언제든 말하라'라고 하더라. 몸을 쓰면서 감정을 투여하는 어려운 과정들이 가능한 수준까지 성장해보고 싶다.
-마동석(남산 역), 이준영(지완 역) 등 동료들과의 현장호흡은 어땠나?
▲현장 자체가 마 선배 특유의 재치를 닮은 듯 유쾌했다. 너무 웃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애드리브 같았다. 그를 통해 첫 아포칼립스 도전작도 잘 해낼 수 있었다.
또래였던 (이)준영 오빠는 좀 조심스러웠던 것도 잠시, 잘 챙겨주고 위로가 돼줘서 좋았다. 마 선배와도 정말 좋았다. 함께 연기하고 싶었던 분인만큼, 정말 연예인을 마주한 기분이었다(웃음).
언제나 시원하게 바로 대답을 주시는 (마)선배였기에, 현장은 물론 배우로서의 다른 상황들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들었다.
-수나와 노정의의 싱크로율?
▲전반적으로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저는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웃음). 그외에 제 의견을 밝히는 것이나 가족이 원동력인 점 등등 비슷한 구석이 많다.
-아역 포함 12년차 연기활동 중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 노정의는?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시작단계의 사람이다. 초·중학교때는 그저 좋아서 하는 게 컸고, 고등학교때는 작품을 바라보는 방법을 몰랐던 시기였다.
선배들과 함께 성인연기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터득하고 배워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선배들 옆에서 스펀지처럼 잘 배우고 성장해서 폭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2023년 성장지점과 올해의 목표점?
▲'황야' 현장을 통해 느낀 행복감과 함께 '하이라키' 촬영까지 마쳤다. 그 과정에서 역할소화는 물론, 연기의 무게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러블리한 캐릭터나 재치있는 코미티 캐릭터 등 아직 해보지 않은 것들이 많다. 새롭고 좋은 경험들을 거듭 쌓아가고 싶다.
-평소 즐기는 장르?
▲가리지 않는다. 원래는 공포나 코미디 등 극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직관인 것들을 좋아했다. 최근에는 '노량'을 두 번 봤고, 경성크리처나 영국 '피키 블라인더스' 등을 봤다. 계속 봐도 재밌더라.
-'황야' (예비) 관객들을 향한 한 마디?
▲아직도 안봤다고요?(삐죽). 황야와 떡국을 함께 즐기시면서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란다(웃음)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