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쯤 전 '블루라이트 차단' 붐이 일었다. TV, 모니터,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눈에 나쁘다는 이야기가 일파만파 퍼졌다. 블루라이트를 줄이는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됐다.
가장 먼저 등장한 제품은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다. 이미 시력 보정용 안경을 사용하던 사람은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대신 모니터나 스마트폰에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을 부착했다.
블루라이트는 과연 눈에 안 좋은 빛일까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을 '가시광선'이라고 한다. 가시광선은 빛의 파장에 따라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다양한 색을 띤다. 가시광선 중 파장이 가장 짧은 380~500나노미터(nm) 부근에서 나타나는 보라색과 파란색 빛을 블루라이트라고 부른다.
학계에서는 블루라이트가 실제 유해한지 아직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 연구에서는 블루라이트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안구의 망막 가운데 '황반'이 변질되는 황반변성이 일어나며 수면 장애, 우울증, 인지 기능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실험 환경이 실제와 다르다며 연구 결과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반박이 나왔다. 평소에는 모든 가시광선 영역을 골고루 받아들이기 때문에 블루라이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실험용 쥐의 망막은 손상됐지만 사람의 눈이 블루라이트로 인해 손상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블루라이트로 인해 눈 피곤해질 가능성은 있어
블루라이트가 실명에 이를 정도로 유해하다고 증명된 적은 없지만, 광학적 특성상 눈을 피로하게 만들 가능성은 있다. 빛이 눈의 수정체와 유리체를 통과하면 파장에 따라 일정 각도로 휘는데, 파장이 짧은 블루라이트는 더 큰 각도로 휘어 종방향 색수차(LCA)를 일으킨다. 물체에 초점을 정확히 맞추고 봐도 가장자리를 따라 파란색 빛이 번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색수차가 발생하면 무의식중에 초점을 맞추려고 계속 집중하면서 눈에 피로가 쌓인다. 예민한 사람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때 블루라이트 차단 제품을 사용하면 색수차가 줄어 눈이 편해진다고 느낄 수 있다.
한편 학계와 관련 업계에서는 잠들기 전 몇 시간 동안 스마트폰, 모니터, TV 같은 인공조명을 보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해가 진 뒤에도 눈이 블루라이트를 인식하면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 멜라토닌(Melatonin) 분비량에 영향이 생겨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인공조명을 너무 오래 보면 눈이 피곤하고 시야가 흐려지는 '디지털 눈 피로(DES)'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야근이 잦은 직장인은 밤늦게까지 화면을 봐야 하므로 권고를 지키기 어렵다. 이럴 때 블루라이트라도 줄인다면 생체 리듬을 유지하고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
야근할 때 써볼 만한 블루라이트 줄이는 방법은?
지금도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나 모니터·스마트폰용 보호필름은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일반 안경용 렌즈에 블루라이트 감소 코팅을 적용한 브랜드도 많다. 차단율은 10년 전보다 상당히 줄었다. 색감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사진 보정, 동영상 편집처럼 색을 정확히 판단해야 하는 일에 종사한다면 안경이나 필름처럼 반영구적으로 블루라이트를 줄이는 제품을 권하기 어렵다. 이럴 땐 모니터나 운영체제에 탑재된 기능을 활용하는 게 낫다. 필요할 때 마음대로 켜고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하는 모니터에는 대부분 블루라이트 감소 모드가 탑재됐다. 모니터 OSD 버튼을 눌러 설정에 들어가면 화면 모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모니터 패널이 파란색 출력 비율을 낮춰 색감이 노랗게 변한다.
모니터가 블루라이트 감소 모드를 지원하지 않으면 윈도우 설정을 활용하자. 윈도우11 기준으로 [설정] > [시스템] > [디스플레이] > [야간 모드]를 활성화하면 된다. 이때 블루라이트 감소 정도를 100단계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블루라이트를 줄인다고 눈이 건강해지거나 시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눈의 피로나 잠이 잘 오지 않는 증상은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늦은 시간까지 모니터를 계속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에서 소개한 방법을 활용해 보자.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