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의 이슈탐색] 'J팝이 몰려온다'…심상치 않은 인기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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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세, 사진=Virgin Music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은 2015년 '식스틴'의 론칭 간담회에서 '외국인 멤버가 많은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한류는 일방적으로 수출하고 홍보하는 게 아니라 문화 교류가 일어날 때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당시 박진영 프로듀서의 의도는 '재능은 있으나 이를 발휘하지 못한 해외 출신 아이들을 성장시켜, 이들이 각국의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것에 가까웠으나, 이 예언은 약 10년이 지나 조금 다른 형태로 현실이 됐다.

우연찮게도 '식스틴'을 통해 데뷔한 트와이스의 외국인 멤버는 모두 일본 출신이고, 현재 국내 가요계는 J팝의 유행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가요계의 이변 중에는 이마세(Imase)의 'NIGHT DANCER'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J팝 역대 최초로 멜론 일간 차트에 이름을 올린 것도 모자라 무려 17위라는 높은 성적을 거두기까지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이마세는 'NIGHT DANCER'의 한국어 버전과 빅나티와 함께한 리믹스 버전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J팝 아티스트는 이마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첫 내한 공연을 개최한 요아소비(YOASOBI)는 티켓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1회 추가 공연이 성사되었고, 그럼에도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팬들이 넘쳐났다.

특히 요아소비의 대표곡 '아이돌(アイドル)'는 클럽에서까지 단골 음악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젊은 세대들의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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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누, 사진=엠피엠지

뿐만 아니라 오는 4월 첫 내한을 하는 킹 누(King Gnu) 역시 예매와 동시에 매진을 기록해 1회 추가 공연이 확정됐고, 요네즈 켄시(米津玄師), 아이묭(Aimyon), 유우리(優里),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 호시노 겐(星野源) 등 많은 J팝 아티스트들이 '내한하기만 한다면 무조건 매진'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J팝 인베이전'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수준이다.

물론 이들 이전에도 드물게 일본 음악이 인기를 얻은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의 '유키노하나(雪の華)'나 래드윔프스(RADWIMPS)의 '난데모나이야(なんでもないや)' 같은 곡들이 그렇다.

다만 '유키노하나'의 경우 박효신이 부른 번안곡 '눈의 꽃'이 당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로 삽입되면서 큰 인기를 얻은 덕이 컸고, '난데모나이야' 역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경향이 강했다.

반면 지금 유행하는 J팝들은 이러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고 플레이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현재 J팝의 유행이 과거와는 가장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최근 세대들은 J팝을 즐기는 데에 어떤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J팝이라고 하면 AKB48로 대표되는 아이돌 시스템을 가장 먼저 떠올리거나,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콘셉트와 정서를 지니고 있다는 선입견을 품는 경우가 많았다. 더군다나 역사적, 정치적인 이유로 '일본'이라는 단어 자체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흔했다.

하지만 최근 J팝을 향유하는 세대들은 이러한 거부반응이나 선입견 없이, 그저 평범하게 '음악으로서' 즐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J팝 유행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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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소비, 사진=리벳

박영웅 대중음악 칼럼니스트는 "J팝은 오래전부터 두꺼운 팬층을 쌓아왔지만, 표면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틱톡, 유튜브 릴스 등 SNS를 통해 J팝이 유행하면서 대중들도 거리감 없이 이를 접하게 됐다. 특히 '최애의 아이' 등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을 배경으로 한 SNS 챌린지가 인기를 얻으면서 J팝이 한 단계 더 수면 위로 부상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영웅 칼럼니스트는 "또 부담 없이 편하게 따라부를 수 있는 특유의 멜로디 구성은 J팝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도 선입견 없이 즐길 수 있는 데에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음악 그 자체에 관심을 갖는 대중이 많아지고 있기에 현재의 J팝 인기는 순간의 유행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김성환 대중음악 평론가 역시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김성환 평론가는 "현재의 1020세대는 확실히 음악을 틱톡이나 숏폼, SNS로 즐기고 있기에 노래의 국적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J팝이 소재가 되면서 이미 그쪽 서브컬처에 관심이 있던 마니아들도 함께 호응해 주다 보니 확산의 폭이 커졌다. 따로따로 작게 떨어지던 물줄기가 하나로 모여 굵은 시냇물로 흐르게 된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성환 평론가는 "이미 국내에는 일본문화와 J팝을 조용히 즐기던 3040팬들이 존재했고, 여기에 1020의 유행에 가세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J팝을 좋아하는 팬들의 명맥은 계속 이어질거라 본다"라고 J팝이 꾸준한 인기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김성환 평론가는 "다만 공중파에선 여전히 J팝을 비롯한 일본 음악이 나오기 쉽지 않다. 지금을 경험한 어린 세대가 나이가 들어서도 그 취미와 관심을 이어갈 수 있는 조건이 한일 양국에서 이루어져야 J팝도 완전히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J팝 전문 음악방송이 공중파에 심야로라도 걸리는 날이 되면 (그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한일 양국에서 서로의 음악을 차별 없이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