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지정학적 시선을 보는 전시…정나영 개인전 'Geo_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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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은 흙과 몸을 일체화시킨 지정학적 위치 정하기를 통해 '균열하는 낯선 자아'와 만나는 과정이다."

흙을 몸과 연결한 독특한 개념설치 작가 정나영의 개인전이 삼청동 스페이스결에서 오는 2월 3일까지 열린다.

정나영은 몸과 흙의 관계성을 통해 '참된 나(The EGO and the Authentic Self)'의 발견을 시도한다. 흙을 주재료로 사용한 지 20여 년, 어느새 흙은 익숙한 것을 넘어 작가의 일부가 되었다. 70%의 수분을 머금은 인체와 유사한 도자 베이스 작업은 '시간성'에의 도전이자, 인체와 자연을 종합하는 기능을 한다.

여수 태생인 작가는 바닷가 근처의 모래사장에서 놀던 기억을 작품으로 연결해 생애주기(Life Circle)를 조형적 언어와 결합한다. 작가의 이러한 접근은 스킬 위주의 공예가 아닌 흙을 주재료로 활용한 조형적/개념적 설치와 퍼포먼스를 기반한다.

정나영의 'Geo_Body'는 '토착성(흙)'과 '떠도는 몸(정체성의 부유浮遊)'을 연결한 '디아스포라 혹은 포스트-오리엔탈리즘(Post-Orientalism)'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가는 20여 번의 다국적 레지던시 생활에서 정체성이 흔들릴 때마다 지역에서 추출한 흙을 통해 자아를 끊임없이 확인해 왔다. 그렇게 쌓은 레이어는 '환경에 따라 변신'하는 문화유목민의 특성을 보여준다. 지역에 소속되기 위한 최소한의 영감으로부터 시작된 행위는 흙을 활용한 초국적 레이어를 통해 '새로운 몸의 발견, 이른바 몸의 지정학'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작가는 흙을 흙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작업에 도전하면서, 정체성의 혼돈을 '새로움의 발견'으로 전환한다.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불린 정체성을 'Third Culture'로 정의하면서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보는 동시에 보이는 지정학적 응시(Geopolitical Gaze)'와 만난다. 이러한 '심리적 이방인'의 입장은 국경이나 국가가 아닌, 보이지 않는 배척 속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심리적 불안감에서 나왔다. 정나영이 흙과 몸을 일체화시킨 까닭이 여기에 있다. 관람객들이 자아를 객관화할 수 있는 상황을 유도함으로써, 삶의 진정성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식, 이른바 '자신을 파괴할 권리=균열 미학'을 제안하는 것이다.

'Geo_Body'는 신체와 지정학(geopolitics, 地政學)의 관계를 정나영의 미술 언어로 재조합한 '흙과 몸의 미학적 네트워크'라는 뜻이다. 포스트콜로니얼리즘(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을 예술개념으로 도입한 정나영은 서구 중심의 미술적 아카데미즘이 한국미술계의 권력구조와 연관된다고 보았다. 흙을 주재료로 삼은 작가의 정체성은 '공예가인가 순수미술가인가?'에 대한 국내 미술계의 질문과 연관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이금준 기자 (auru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