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현 대입 제도에 따른 대량의 추가합격 사태, 합리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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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현재 대학입시는 1년의 절반인 6개월에 걸쳐 입시가 치러진다. 9월에 수시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11월에 수능, 12월 채점 결과 발표, 수시합격자 발표, 12월 말에서 1월 초에 정시 원서접수, 2월 초에 정시합격자 발표, 2월 중순 정시 추가합격자 발표, 2월 말에 정시를 통해 선발하지 못한 대학의 추가모집을 끝으로 입시가 종료된다.

82학번부터 93학번까지는 학력고사 시기였다. 전·후기로 나눠 입시가 진행되었고, 전형 요소 핵심은 학력고사 점수였다. 전기대학에 1곳, 불합격 시 후기대학 1곳에 지원했다. 대학에 복수 합격 자체가 없는 시기였다. 후기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은 전기대학에 비해 안정 지원을 할 수밖에 없어 원래 목표했던 대학 보다 하향 지원하는 패턴이었다. 현행 대학입시로 비교하면 정시로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의 인식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94학번부터 수능이 도입되었다. 94학번부터 96학번까지는 정시 모집만 있었고, 가·나·다·라군으로 4회까지 지원할 수 있었다. 복수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구도로 바뀌었다. 선택 기회가 확대된 것이다. 당연히 수능 점수가 고득점인 학생들은 복수 대학에 붙을 수 있었다. 97학번부터 수시 제도가 도입되었다. 2012학번까지 수시 지원은 횟수 제한 자체가 없었다. 무제한이었다.

02학번부터 정시모집은 가·나·다 군으로 축소돼 3회 지원으로 제한되었다. 현재까지 정시는 가·나·다 군으로 운영된다. 2013학번부터 현재 수시는 무제한에서 6회까지 지원 횟수가 축소되었다. 현 대학입시는 수시 6번, 정시 3번 등 전체 9번의 응시 기회가 주어진다. 특수대학은 지원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찰대, 육사, 해사, 공사, 카이스트 등 이공계 특수대학, 산업대, 전문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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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정시 모두 중복 합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수시 6회 모두 합격하는 학생이 있고, 정시 3회 모두 합격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1곳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대학은 합격했다 하더라도 등록을 포기해야 한다. 등록을 포기한 대학에서는 불합격한 학생을 다시 합격 처리한다.

이렇게 등록 포기로 새로운 합격자 발표를 '추가합격'이라고 한다. 그런데 추가합격의 규모가 상당하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는 정시에서 합격하고도 평균 30%대 정도가 등록을 포기한다. 자연계열에서는 전체 모집정원 대비 50% 이상이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다.

학과에 따라 전체 모집정원의 200~300% 추가 합격 비율이 발생한다. 모집정원보다 2~3배 많은 학생들이 추가합격에, 추가합격이 되도 계속 등록을 포기한다. 계속 추가합격시켜야 하는 구조다. 당초 모집정원이 50명이면, 50등이 합격선이었으나 추가합격으로 150등이 합격할 수 있는 상황이 매년 발생한다. 발생의 정도도 학과별로 매우 불규칙하다. 합격선 예측이 이쯤 되면 사실상 불가능한 구도이다.

수시·정시에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지원 기회를 9번 주는 것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반길 수 있다. 그러나 수시·정시 모두 합격에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진다. 붙는 학생은 여러 군데 계속 붙는 상황이고, 떨어지는 학생은 단 한 곳도 붙지 않는다. 합격선 예측이 추가합격으로 인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학력고사, 수능에서도 시기별 지원 기회가 계속 달라져 왔다. 현재에 수시·정시 지원은 학령인구수 감소, 주요 상위권대학에서는 반도체, 첨단학과 신설로 오히려 모집정원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의대 모집정원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재 수시·정시 구도가 합리적 모델인지 한 번은 짚어볼 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sungho7204@naver.com

◆임성호 대표=27년간 입시를 분석한 입시 전문가. 종로학력평가연구소와 하늘교육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EBS학교정책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