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의 이슈탐색] (여자)아이들의 'Wife' 논란이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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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ife' 캡처

(여자)아이들의 신곡 'Wife'(와이프)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지난 22일 발매된 (여자)아이들의 정규 2집 '2'(Two)의 선공개 곡 'Wife'는 공개 직후 가사와 관련해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이유인즉슨, 그 내용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KBS에서는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된 가사'를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고 논란이 커지자, (여자)아이들과 큐브엔터테인먼트는 가사를 일부 수정해 재심의를 신청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Wife'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기 위해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가사가 정말로 선정적인가'다. 일각에서는 획일화된 아내상에 대한 반발이나 당당한 여성상에 대한 표현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Wife'의 가사는 분명 성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묘사가 연달아 나오는 것이 맞다. 심지어 특정 대목에서는 친구 혹은 지인의 아버지를 유혹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만한 표현까지 등장한다.

그 의도가 어떠했든 간에 선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가사다.

사실 선정성 논란 자체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가요계에 비슷한 논란이 발생한 것이 처음도 아니고, (여자)아이들 이전에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수정 후 재심의를 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아쉬운 것은 (여자)아이들 측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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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앞서 말했듯이 'Wife'는 보편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선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가사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여자)아이들이 이러한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애플 뮤직을 제외한 다른 음원 사이트에는 'Wife'의 가사를 등록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이처럼 뻔히 논란이 예상됐음에도 (여자)아이들 측은 'Wife'의 가사를 수정하지도, 19세 미만 청취 제한도 걸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하나의 앨범에는 (여자)아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관계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19세 미만 청취 제한은 쉽게 결정한 문제가 아니긴 하다.

수록곡 중 단 한 곡만이라도 '19세 미만 청취 제한' 판정을 받으면,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해당 앨범 전체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사를 수정이라도 해서 나왔어야 하는데, (여자)아이들의 선택은 가사를 수정하지도, 19세 미만 청취 제한을 걸지도 않은 'Wife'의 발표 강행이었다.

이는 결국 둘 중 하나를 의도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논란이 될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든가, 혹은 논란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용하려 했든가.

어느 쪽이든 썩 달가운 대응 방법은 아니다.

가사를 수정해서 발표했더라면 애초에 이러한 논란에 시달릴 일이 없었을 테고, 과감하게 19세 청취 미만을 걸고 발매를 했다면 적어도 '역시 당당한 (여자)아이들답다'라고 아름답게 포장이라도 가능했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모두 의미 없는 가정이 되고 말았다.

(여자)아이들의 앞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당당함', '걸크러시', '자신감' 등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Wife'의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수식어를 붙이기 어려워 보인다.

작은 욕심을 부리다 정말로 큰 것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지 걱정해야 할 대목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