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스 선정 당시 체결한 협약서에는 정부측 사유로 인한 협약 변경 가능성은 전혀 안내가 없었습니다. 정부와 국회의 일방적인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왜 저희가 피해를 봐야 하나요?”
중소기업 R&D 예산 삭감 여파가 중소벤처기업부 대표 창업 지원 사업인 팁스(TIPS)에도 미쳤다. 연구비 삭감은 물론 창업 생애주기별 지원에 불확실성이 생기며 사업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없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올해 팁스 과제가 종료되는 스타트업 500여개사에 2024년도 지원분에 대한 사업비를 삭감하는 협약 변경 대상으로 통보했다. 팁스가 속한 창업성장기술개발 사업은 올해 기존 필요분 대비 80%만 반영됐다.
팁스는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2년간 R&D 자금 5억원을 지원하는 민간주도형 기술창업 지원프로그램이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는 지난해 11월 팁스를 3년간 1256건의 투자를 이끈 점을 들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4위로 선정했다.
팁스 선정 스타트업은 2년간 네 차례에 걸쳐 연구비를 지급받는다. 예를 들어 2022년 3월부터 팁스 과제를 수행했다면, 2024년 2월경 4회차 해당하는 연구비를 수령하면서 종료되는 식이다. 4회를 균등 분배해 계산하면 당초 협약 대비 2500만원 가량을 올해 지원받지 못한다. 하지만 팁스 선정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사업 집행 과정에서 4회차에 연구비가 몰리는 경우가 많아 지원 축소 규모가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스타트업 대표 A씨는 “팁스 R&D 과제 마무리를 위해 인증을 거쳐야 하는데, 이 비용만 최소 1000만원에 달한다”면서 “4회에 걸친 지급분을 생각하며 과제를 수행했는데 어디서 인증 비용과 인건비를 마련하라는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중기부와 기정원은 R&D 예산 축소로 팁스 과제 수행이 어렵다면 개발 기간 연장 신청을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팁스 완료 기업에 사업화 자금 최대 5억원을 제공하는 '포스트 팁스' 지원이 어려워진다. 포스트 팁스는 지원 대상이 업력 7년 이하로 제한돼 있어 신청자격에 손해를 입는 셈이다.
현재 협약 변경 통보는 2022년 팁스 선정 기업(2024년 사업 종료)에게만 이뤄졌지만 불안감은 지난해 선정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2025년도 계속과제 R&D 예산이 어떤 기조로 편성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 B씨는 “지난해 팁스에 선정된 기업 대표들 사이에선 '미리 인건비와 예산 등을 20% 줄여두고 운영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협약 변경 불복 움직임도 감지된다. 처음 서명한 협약서에는 예산 변경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 C씨는 “민간 영역이었다면 진작 소송을 제기했을 사안”이라면서 “충분한 설명 없이 예산 삭감 협약 변경서에 서명하라는 것은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국회의 중소기업 R&D사업 예산 확정에 따라 변경 취지와 세부 내용에 대해 지속 설명하겠다”면서 “R&D 사업비 감액 예정기업에 R&D 자금의 인건비 전용 허용, 저리융자 지원 등으로 연구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