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도전과 성장, 스타트업 창업자의 인내와 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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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수 지쿠 대표.

스타트업 창업은 힘들다. 몇 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 너도나도 창업을 하고 수익성을 엄격히 증명하지 못해도 매출만 끌어올리면 투자금이 들어오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투자도 엄격해져서 함부로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어려워진 분위기다.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보면 창업 당시 동기들은 컨설팅 회사나 은행에서 풍요롭게 사는데 나는 어묵 한 봉지 사먹는 것도 부담스러워 못 사 먹고 지하철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타야 해서 악착같이 막차를 타고 아내에게 생활비도 주지 못해 정신적인 어려움이 컸다.

지바이크 창업 당시 우리나라에는 공유자전거도, 공유킥보드도 없었다. 처음에 지바이크는 페달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시작했는데 1년이 지나도록 서비스가 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보기술(IT) 기업의 해외 지사에서 높은 연봉을 제안하며 오라고 했다. 그러나 이전에 창업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 두 번 실패하기는 싫었다. 무엇보다도 근거리 이동 수단에 대한 수요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개인용 탈것에 전동의 힘을 빌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어 전북 군산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했다. 공유 자전거 스마트락을 전동킥보드에 부착해 관광지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배치했다. 기대가 컸지만 탑승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를 악물고 한 달 동안 주말마다 온종일 킥보드 옆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니 대부분 장시간보다는 단시간, 단거리 이용을 선호하고 있었다. 시간 단위 요금제를 분 단위로 개편했고 비로소 본격적인 탑승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9년 1월 마포구에서 200대 규모로 전동킥보드 서비스 '지쿠터'를 정식 출시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는 이미 각광받는 아이템이 돼 있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많은 경쟁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다. 자전거 공유 사업으로 초기 투자금을 다 써버려서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매출이 절실했다. 지방으로 눈을 돌렸다. 인구가 적은 지방으로 내려가는 데 주변의 우려와 투자자의 반대가 컸으나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실제로 지방은 교통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부족한 만큼 우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지방에서 조용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장점만 있었던 건 아니다. 킥보드 수입 비용이 비싼데, 지방에서 성장하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탓에 투자 유치에 불리했다. 그만큼 한정된 기기로 효율을 끌어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한 대 한 대 자식처럼 관리하며 정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미리 닦고 조이며 수명이 12년인 기기를 34년 운용하며 비용을 절감했다. 튼튼하고 안전한 기기를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조용히 전국으로 성장하며 2020년 10월경, 모바일인덱스는 지바이크를 '월간 활성 이용자 수 업계 1위' 사업자로 지목했다. 지쿠터 출시 이후 5년이 지나는 동안 회사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 1위의 글로벌 PM서비스 업체로서 미국, 태국, 베트남, 괌 등 해외에 서비스 수출까지 하게됐다. 넷제로를 위한 교통수단으로서의 퍼스트,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의 제도화라는 구체화된 미래의 청사진과,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한 확신도 얻게 됐다.

스타트업 대표는 누구나 더 나은 현실을 위한 사업 목적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생활을 더 좋게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회사도 미래 교통의 청사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 타는 PM 생태계'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앞으로도 열심히 해 나갈 생각이다.

윤종수 지쿠 대표 walter.yoon@gbike.io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