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문을 열자, 시멘트 벽 구석에 작은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 양쪽에는 쇠로 된 족쇄가 있었다. 마치 중세 고문실 같았다.”
이란 정부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에게 74대의 채찍질을 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 3일 이란 당국은 테헤란 법원 명령에 따라 히잡을 거부한 로야 헤슈마티(33)에게 74대 태형을 집행했다.
이란 사법부 웹사이트 '미잔 온라인'은 “헤슈마티는 수도 테헤란의 번화한 공공장소에 수치스럽게 나타나 방임을 독려했다. 그가 74대의 채찍질을 선고받은 것은 법과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정해진 것이다. 그는 공중도덕을 위반했다”고 재판 결과를 전했다.
헤슈마티는 지난 4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를 걷는 사진을 올렸다가 자택에서 체포된 뒤 11일간 구치소에 구금됐다.
법원은 당초 그에게 징역 13년 9개월과 벌금 1200만리알(약 3만3000원), 채찍질 74대를 부과했다. 이에 헤슈마티가 항소하면서 징역형은 취소됐지만, 태형과 벌금형은 유지됐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란인들 사이에서도 '과도한 규제'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란은 히잡 착용이 의무화된 나라지만, 지난 20년간은 태형 집행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정치 사회 평론가인 아바스 압디는 엑스를 통해 “이 채찍질은 한 여자의 몸에만 떨어진 것이 아니다. 평범한 자유를 가진 삶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때렸다”며 “이제 그만! 더 이상 사회를 역겹게 만들지 마라”고 말했다.
이 같은 판결은 '마흐사 아마니 의문사'가 촉발한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 이후 강화된 이란의 히잡 규제를 반영한다. 아미니는 2022년 9월 머리카락이 보이게 히잡을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했다. 정확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는 히잡 반대 시위로 이란 전역에 번졌고, 당국이 이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정권을 위협하는 '히잡의 자유'를 억압하는 한편, 소수민족 쿠르드족에 대한 차별이라는 해석도 있다. 헤슈마티와 2022년 사망한 아미니 모두 쿠르드계 여성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