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기획]위기의 대한민국, AI로 해법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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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저성장, 양극화 등은 대한민국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여러 방면에서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이들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국가 경쟁력 하락을 넘어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인공지능(AI)이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하는 현재, 대한민국을 옥죄고 있는 문제에도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AI가 가진 혁신성을 고려하면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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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트윈 기술로 협동 로봇이 스스로 제품을 조립하는 '제조로봇 AI'기술을 개발했다. 제조로봇 AI에는 인지·동작·작업·모션지능 등이 들어간 딥러닝기술로 무작위 상태의 부품을 고르고 세밀하게 조립할 수 있다. 대전 유성구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에서 두 대의 로봇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대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위기의 대한민국

최근 LG경제연구원은 '2024년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새해 세계 경제가 L자형 장기 저성장에 본격 진입하는 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 물가는 한 단계 높아지고 성장률은 한 단계 낮아져 '고물가-저성장' 국면에 진입, 세계 경제 성장률 역시 지난해(2.9%)보다 낮은 2.4%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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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출산율 및 경제성장률 추이(자료: KOSIS, 한국은행)

2024년 우리나라 경제도 어둡게 전망했다. 새해 경제성장률은 1.8%로, 지난해(1.3%)보다는 나아지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며 부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성장을 넘어 국가 존립을 흔드는 심각한 위협요소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우리나라의 2022년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꼴찌다. 중위 추계에서 출산율은 2023년 0.72명에서 올해 0.68명으로 떨어지고, 2025년에는 0.65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노동력 충원은 갈수록 안 되는데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고령 인구 비율이 7.2%를 기록,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18년에는 고령 인구 비율 14.4%로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2025년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20.6%를 기록해 '초고령 사회'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빈부 격차, 사회 불균형, 교육제도 등 양극화 문제 역시 국가 경쟁력 향상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저출산·고령화, AI로 해법모색

현재 우리나라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는 단연 저출산·고령화다. 그동안 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 출산율을 높이고 노령 인구 케어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해소는커녕 더욱 심각해지면서 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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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이 제안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 체험을 주제로 한 '2023 디지털 퓨처쇼'가 경기도와 고양특례시 주최로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렸다. 참관객이 제이엠로보틱스의 인공지능(AI) 안내로봇 '크루즈'를 살펴보고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AI가 새로운 접근방식과 해결방안을 제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노동력 감소'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최근 '한국의 차세대 S커브: 2040년을 위한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2040년까지 연간 4% 성장이라는 담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성장모델 전환'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환경에서 노동 생산성 증대를 위해서는 'AI 전환'을 통한 성장모델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저출산·고령화 해법 모색을 위해 AI 활용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산업로봇, 스마트 팩토리 등 기술 개발을 지원,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뿐 아니라 기업도 제조 설비나 물류 등 과정에서 로봇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서빙 영역까지 로봇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늘어나는 고령 인구 케어를 위한 AI 활용도 확대된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면서 노인 의료비와 케어를 위한 비용은 갈수록 국가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노인 케어 서비스가 주목받는다. KT를 포함해 통신,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웹캠 등 IoT 기기를 활용해 노인 건강 상태 모니터링과 낙상 등 사고 확인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AI 기반 스마트홈 기술을 활용해 노인 케어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가전, 플랫폼, 기기, 건설사 등이 한데 모여 각 기기를 글로벌 표준 '매터'로 연동하고, 기기로부터 낙상, 수면장애 등 안전사고를 감지하는 서비스다. 여기에 AI가 사용자 조작 없이도 상황에 맞춰 조명, 에어컨, 가전 기기 등을 작동·제안하는 등 노인·장애인 돌봄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저성장 늪, 새 먹거리·불확실성 해소 관건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속된 글로벌 경기침체는 저성장 체제를 확산시켰다. 우리나라 역시 내년에도 1%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며 저성장 늪에 빠진 가운데 탈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다양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관건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생산성 둔화요인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 AI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은 지금보다 1.5%포인트(P)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 현장에 AI도입이 확산되며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이뿐 아니라 AI가 주도하는 솔루션, 서비스, 콘텐츠 시장이 새롭게 열리면서 인력 수요가 생기고,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 위주로 산업 구조조정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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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I연구원이 지난 2021년 첫 선을 보인 '엑사원 1.0'에 이어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엑사원(EXAONE) 2.0'을 공개했다.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에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초거대 멀티모달 인공지능 '엑사원(EXAONE) 2.0'을 소개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AI는 새로운 노동력과 시장을 열어주는 한편 최근 국가와 기업의 핵심 역량 중 하나인 '리스크 관리'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초거대 AI를 활용해 공급망, 경제 성장률, 지정학적 이슈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을 예측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LG그룹은 AI 전초기지인 LG AI연구원을 통해 초거대 AI '엑사원'을 리스크 관리에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를 대상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 추이 및 예측, 적정 가격 산정 등에 엑사원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임원들에게 국내외 다양한 이슈를 취합해서 제공하고, 추후 예상되는 현안까지 제시하는 AI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생산성 향상, 신성장 동력 발굴,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 AI 활용이 확산되고 있지만 온전히 대한민국 산업계에 뿌리를 내리고 미래 가치를 창출하려면 장기적인 성장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부와 기업 모두 다양한 AI를 도입하면서 상당수가 외국계 기업 솔루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자체 기술력 확보와 이를 위한 전문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실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국내 인공지능 도입기업 현황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국내 982개 기업 중 AI 전담 인력을 보유한 곳은 39.2%에 불과했다. 또 이들 기업 중 AI 기술을 단독으로 개발한 곳은 10.9%에 그쳤다.

IT 업계 관계자는 “외산 AI 도입이 늘어날 경우 자체 기술 개발 부족과 라이선스 비용 부담 등으로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산업 현장에 AI를 활용한 신기술 도입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학습과 경험 데이터가 필요하며 신기술 수용이 가능하도록 조직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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