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 경쟁이 치열하지만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비교적 잠잠하다. AI 분야 유니콘 기업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것은 물론 주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순위에서도 이름조차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규모 투자에 들어간 국내 빅테크 기업이 AI 분야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긴 이르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오픈AI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AI 스타트업 가운데 14개 기업을 발굴했다. 올해 상반기 열리는 오픈AI 매칭데이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은 마리나체인, 클라이원트, 넥스트페이먼츠, 디케이메디인포, 하이로컬, 와들, 튜링, 라이너브레인, 위레이저 등 9곳이 API 분야에서 협업을 런코리안, 인코리안, 에이슬립, 퓨리오사AI, 나인와트, 보스반도체다 등 5곳이 일반 분야에서 협업한다.
오픈AI와 협업에 선정된 스타트업 다수는 시드단계 투자를 받은 기업이다. 퓨리오사AI나 보스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면 벤처투자시장 관심을 크게 얻지 못했던 기업이 다수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생성형AI가 글로벌 단위에서 가장 유망 분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찾기 힘들었다”면서 “국내 역시 빅테크 같은 전략적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국내 AI 투자 시장 역시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빅테크 중심의 AI 스타트업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다. 네이버 전략 투자 조직인 D2SF가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의 전체 기업 가치는 4조원 상당이다. 네이버클라우드의 '네이버 AI 러시 2023'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타트업 지원 규모는 20억원 이상이다. SK텔레콤은 코난·스캐터랩에 이어 페르소나AI에도 투자했다. KT 역시 지난해 9월 거대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및 '콴다'에 각각 10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 역시 삼성넥스트를 통한 해외 투자는 물론 삼성벤처투자를 통한 국내 AI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비해 국내 AI 기업 저변이 넓지 않은 것이 숙제다. 오픈AI와 협업 행사에서 VC업계가 '스타기업'을 미리 찾지 못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실제 벤처투자 시장 유동성이 급증하던 2021년 당시 AI 분야에 대한 글로벌 벤처투자는 정점에 달했다. 지난해 아마존, MS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AI 기업 대부분이 당시 초기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했던 기업인 셈이다. 최근 15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는 뤼튼 역시 2021년 시드투자를 받은 이후 연이어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LLM과 AI 플랫폼 등을 필두로 생성형AI의 큰 트렌드가 변화하는 시점”이라면서 “AI산업 발전에 따른 후속 유망 분야 발굴에 집중해 투자 전략을 조율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